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교육의 눈]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우리가 문을 열고나서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것이 나무이다. 나무는 요즘처럼 무더운 날 우리에게 그늘을 주어 편안한 안식처가 되기를 자처한다. 나무는 줄기와 뿌리에서 성장하여 목부를 이루고, 그 세포벽의 대부분이 목화되는 식물이다. 식물은 엽록소가 있어 광합성을 하고 이동 운동을 하지 않고 독립적 영양생활을 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식은 독일의 작가이자 산림경영지도원인 페터 볼레벤(Peter Wohlleben)의 저서 「나무수업」에 의하여 여지없이 무너진다. 다 아는 것처럼 독일은 친환경 관리 방식으로 숲을 가꾸는 나라로 원시림 회복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작가도 수목장지를 조성하고 지역민 참여를 유도하는 프로젝트와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원시림 회복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작가는 30년가량 나무와 친근한 벗으로 지내오면서 나무도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지니고 있으며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대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나무는 살아있는 유기체이며 자신들에게 좋은 것과 나쁜 것을 표현할 줄 알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뿐만 아니라 기억력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나무는 철저하게 의인화 되어 고독과 우정, 경쟁과 연대, 생존과 소멸 및 나무의 언어, 사회 복지, 사랑, 나무의 에티켓, 성격의 문제 등의 단어로 표현된다. 그것은 나무의 삶과 인간의 삶이 무척 닮아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뿐만 아니라 다른 곳도 원래는 나무의 터전이었다. 작가는 함부로 나무를 베어 숲의 사회조직을 망치지 말아야 하며 그들이 알아서 미기후를 조절하도록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무는 뿌리를 통해 서로서로 영양분을 공급 받고 숲을 이루어 살아간다. 서로 함께하여 생태계를 형성하고 추위나 더위를 막으며 많은 물을 저장하고 습기를 유지한다. 이러한 공동체의 환경이 지속 되어야 나무들은 안전하게 오래 살 수 있다. 한 그루의 나무는 숲이 아니기에 기후의 변화에 따른 생존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서로 긴밀한 결합을 통해 공동체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다.

작품에서 어린 나무들은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고자 하는 조바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엄마 나무는 어린 나무들이 빨리 자라지 못하도록 거대한 수관으로 어린 자식들을 뒤덮고 다른 어른 나무들과 함께 숲 전체 두꺼운 지붕을 씌운다. 이러한 과정에서 어린 나무들은 적절한 성장을 하게 되어 튼실하게 자랄 수 있다. 어린 나무들은 엄마 나무 덕분에 탄성이 뛰어난 나무로 자라서 세찬 폭풍에도 견딜 수는 힘을 키울 수 있었다

각 교육청에서 학교숲 조성을 위한 공모를 하고 있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것은 학교 옥외 환경 개선과 녹지량 확충, 자연 체험 기회 제공, 친환경 생활 태도 등을 함양하는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보여 주기식의 선언적 구호보다는 ‘숲 교과’를 학교교육과정으로 수용하여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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