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섭 컬처디자이너·수필가

[충청의 창] 변광섭 컬처디자이너·수필가

 1444년, 세종은 초정리에 행궁을 짓고 봄 가을 두 차례에 걸쳐 121일간 요양을 했다. 약수로 목욕을 하고 눈을 씻었다. 한글 창제를 마무리하고 편경을 만들었으며 조세법을 개정한 뒤 시범 도입했다. 노인들을 초청해 양로연을 베풀었으며 청주향교에 책을 하사하는 등 학문장려에 힘썼다. 그 이후로 수많은 선비와 학자들이 초정약수를 시와 노래로 담았다. 신비의 물을 통해 태평성대를 기원했고 풍요와 건강을 염원했다.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에 대한 정부 및 지자체의 관심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그동안 초정약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것과는 달리 정부와 지자체는 보수적인 행정에 그쳤다. 세종대왕의 행궁 위치를 놓고 이견이 생기면서, 초정약수의 물맛이 예전과 다르다는 비난이 잇따르면서 행정은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듯했다. 2003년부터 개최해 온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가 행궁 위치를 놓고 마찰을 빚자 지자체는 돌연 행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13년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의 지자체간 연계협력 사업으로 ‘세종대왕 힐링 100리’가 선정되면서 초정약수에 대한 재조명이 본격화되었다. 세종대왕이 초정에서 머물려 요양을 하고 다양한 조선의 르네상스를 펼친 내용을 콘텐츠 중심으로 발굴하는 사업이었다. 전문가의 고증 등을 통해 초정약수 원탕 일원이 행궁 위치임을 확인했다. 초정행궁의 스토리텔링, 음식,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했다. 초정과 주변마을의 공공미술 사업도 전개했다. 숲길, 물길, 들길의 아름다운 풍경을 글과 그림과 사진으로 엮은 단행본도 펴냈다. 특히 세종대왕과 초정약수를 세계적인 문화관광 콘텐츠로 발전시키기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이같은 결과물을 토대로 청주시는 초정약수 일원에 대규모 행궁을 조성 중이다. 연말에 준공 예정인 행궁에는 세종대왕이 머물렀던 편전을 비롯해 수랏간, 욕간 등 30여 채의 한옥 및 초가집이 들어선다. 세종대왕이 안질 등 질병을 치료하고 애민정신과 창조적 가치를 발휘한 그 내용을 담고 있다. 주변에는 증평 좌구산 휴양림, 운보의 집 등 수많은 연계 자원이 있다.

최근에는 정부의 지역발전 투자협약 시범사업으로 초정약수 클러스터가 선정돼 그 가치를 더욱 발전시키고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 청주시와 증평군이 함께 정부공모에 참여한 것인데 세계 3대광천수 초정과 주변의 공간을 관광자원화 하는 사업이다. 초정클러스터에는 인문학과 자연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치료센터가 들어서면 좋겠다. 숲속의 명상, 책마을, 웰빙스파, 한방치료, 인문콘텐츠 등을 통해 100년 가는 콘텐츠가 되면 좋겠다..

이미 인근의 증평 좌구산 일원은 정부와 지자체의 연계협력을 통해 휴양림 조성, 걷기길 조성, 책벌레 김득신 콘텐츠 전개 등의 값진 결실을 맺고 있다. 행궁 조성이 완료되고 관광클러스터가 조성되면 중부권 최고의 힐링콘텐츠의 보고(寶庫)가 될 것이다. 때마침 청주문화원이 발간한 ‘초정리 사람들’은 초정리의 역사문화와 주민들의 삶을 오롯이 담았다. 스토리텔링으로 손색없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세종대왕과 초정약수는 운명이다. 운명은 불멸이다.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다. 1444년의 초정의 풍경과 그 정신을 담아 2020년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세종대왕의 치유와 힐링, 그리고 창의적인 문화콘텐츠, 세계3대광천수인 초정약수의 가치가 조화를 이루면서 중부권을 대표하는 힐링콘텐츠, 관광콘텐츠로 새롭게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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