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수요단상] 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가정들은 이맘때 휴가를 얻어서 무더위를 피한다. 온 가족이 함께 시간을 맞추고 계획을 짜서 나름대로 스트레스도 풀고 휴식도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 휴가준비라는 것이 생각만큼 잘 준비가 안 될 때가 있다. 나는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서 시간도 비우고 여러 준비도 하는데 다른 가족들은 내 생각과 다르게 가족 휴가에 참여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게 없는 듯 보인다.

특히나 중, 고등학교 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라면 이런 분위기를 쉽게 느낄 수 있다. 어렸을 때만해도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그 무엇보다 좋아하던 아이들이 어느 샌가 부모님의 부재를 더욱 좋아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나이든 부모님들은 이제 다 큰 자녀들과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려 애를 쓰는데 이제 자녀들은 부모님의 손길이 오히려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그럼 이런 가족의 분위기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부모는 더 이상 어떤 노력을 더 해야 자녀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요한복음을 보면 예수는 자신을 ‘길’이라고 소개한다. 길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아무리 목적지가 멀더라도 올바른 길로만 잘 가다보면 반드시 목적한 곳이 나오기 마련이다. 가는 내내 이 방향이 맞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멈추지 않고 가다보면 반드시 그 길이 안내해주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자신을 바라보며 따르면 각자가 목표로 한 것이 무엇이든 그 목표에 반드시 이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들의 길이 되어주기 보다는 자녀들의 목표가 되려고 한다. 자녀의 미래를 부모가 원하는 모습으로 정해놓고 그 목표를 향해서 무작정 달려 나가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부모와 자녀는 서로 나름대로의 이유 때문에 피로감과 좌절감을 느낀다.

부모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선수가 아니다. 그렇다 보니 부모가 혼자 아무리 열심을 낸들 그 목표를 이룰 수 없다. 반대로 자녀는 아무리 좋은 목표를 부모가 준비해 두었다고 해도 그 목표는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가 아니다. 그러니 아무리 힘쓰고 애를 쓰며 노력을 해도 아무런 흥미를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서로 간의 입장 차이로 인해 부모와 자녀 사이는 점점 벌어지게 되고 급기가 자녀의 정신적인 성장이 급격이 이루어지는 사춘기 시절에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갈등이 극에 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는 자신을 누구나 따라야할 유일한 목표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예수는 각자의 목표를 이루데 도움을 주는 길이 되어주겠다고 말한다. 제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목적지를 스스로 정할 수 있다. 다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예수가 일러준 일정한 기준을 따라야 한다. 그 기준이란 바로 이와 같다.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마 19:19)

예수가 바라는 길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하던 어디에 있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단지 내가 나아가는 그 방향을 통해서 나는 내 가족이나 이웃의 유익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목표를 위해 과정이야 어찌되던 상관없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가? 목표의 중요성은 강조하면서도 과정의 중요성은 너무 쉽게 간과해 온 것은 아닌가?

이런 우리의 교육 방향이 우리 자녀들과의 사이에 큰 걸림돌이 된 것은 아닌가? 깊이 생각해 보아야할 문제일 것이다. 부모는 그저 자녀들을 위한 길이 되어주면 그만이다. 자녀들 스스로가 목표를 세우고 자신이 목표한 바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지켜봐주고 동행해주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자녀를 향한 진정한 사랑이며 또한 자녀의 인생을 가장 큰 행복으로 채울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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