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들은 주요 수입 소재 국산화율 제고에 노력해 주길 바란다.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 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불만을 품고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에칭가스 등 3개 품목에 대해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들 품목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략 수출 분야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소재다.

일본은 미국과 영국, 독일, 한국 등 27개국을 수출무역관리령에 신뢰국가로서 '백색 국가'로 지정하고 있는데 이번에 우리나라를 제외시켜,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일본이 불과 3개 소재 수출을 규제했는데도 우리나라에 미치는 파장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는 주요 소재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이러한 사태가 또다시 발생할 우려가 높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일을 계기로 주요 소재에 대한 국산화율을 높여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소재만 보더라도 2017년 국산화율이 50% 정도다. 정부가 2022년까지 국산화율을 70%까지 올리겠다고 하고 있지만,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

반도체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사실 일본 소재 수입 비율이 높다. 언제든 일본에서 마음만 먹으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폭탄을 안고 산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기술력에 우리가 미치지 못하면서 일본이 부품 등 다른 분야로 수출 규제를 확대할 경우 지금으로서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완성품 생산에 치중하다 부품과 소재 국산화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은 측면이 있다.

상대적으로 일본은 소재 부문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일찍부터 소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책적으로 장기간 육성하면서 결국 오늘날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반도체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도 소재 수출은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세화된 공정 속에 반도체 생산 재료는 늘고 있는 추세다. 반도체 세계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소재 시장은 한껏 여유있는 모습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포토레지스트의 일본 세계 시장 점유율은 90%다. 에칭가스도 세계 시장에서 필요한 90% 이상을 일본에서 생산한다.

일본은 이밖에도 반도체용 봉지재 80% 이상, 반도체용 차단재 약 80%, 실리콘 웨이퍼 60%를 세계 시장에서 점유하는 등 주요 소재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국산화율 제고가 시급하다는 지적과 함께 과연 단기간 내 따라잡을 수 있느냐 하는 의구심도 든다. 하지만 소재 국산화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앞으로 꾸준히 제시돼야 한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유동성 지원, 실증 테스트, 연구·개발(R&D) 투자 지원, 내년 예산안 편성 등을 발표했다. 여기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다방면의 지원책이 더 나와야 한다.

기업들도 정부의 지원책만 기대지 말고 기업마다 자체적으로 소재 부문 기술력을 높여 수입 의존도를 최대한 낮추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나 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든 '전화위복'의 기회
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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