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충북정론회 회장·충북대교수

[충청의 창] 이장희 충북정론회 회장·충북대교수

한반도의 평화를 시샘하는 듯한 일본 경제조처는 치졸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아니 할 말이 너무 많은 우리의 가슴을 짓누르는 무거움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동안 몇백년 있었던 질곡의 역사를 회상할 수도 없고 말하는 자체가 부끄러운 과거의 역사를 극복하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이제는 후손들에게 떳떳해야 하기에 할 말은 해야 할 것이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독도어업권 포기를 선언하는 신한일어업협정을 기점으로 일본은 더욱 강력하게 독도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다케시마의 날’을 선포하고 호시탐탐 위협행위를 수시로 하고, 독도상주를 불법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도록 국제사회에 압력을 가하는 등 왜곡을 일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해왔던가? 국제법상 하자가 없으니까 침묵하겠다는 시종일관 관점은 애매하기만 했던 것이고 과연 후일에 그런 정책이 옳았을 것이냐는 점은 재고해 봐야할 것이다.

이번에 도발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서도 같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베신조내각의 지지율이 이달 들어 2%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한국에 대한 보복조치까지 단행하며 극도우파 지지층 결집에 나섰으나 효과가 없다. 또한 정부의 대한국 수출규제조처를 선거운동에 적극 언급하고 지침을 내리는 등 국내정치용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 즉, 강제징용배상판결과 관련해 ‘약속이행을 하지 않는 국가’로 단정해 규제조치를 정당화하려는 명분이나 너무나 궁색한 변명이다.

1차 보복발표에 나선 세 가지 반도체 중 포토리지스트는 사진공정상의 감광재로 국내기업에 치명타를 주는 국내 파운드리 산업자체를 흔들 폭발력이 있는 품목으로, 일본업체가 90%이상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극자외선(EUV)공정의 선두주자인 삼성전자가 정상가동이 불가능한 상태로 대체가 불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어렵게 창출한 고객회사를 대만 등 다른 기업에게 빼앗길 수도 있어 133조원을 투자하는 파운드리산업 비젼이 구현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SK하이닉스도 이를 활용한 기술개발전략수립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2차조치로 화학 기계 배터리 자율주행차 등의 미래성장산업의 소재부품과 정밀부품 공정기계 등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일본의존도가 낮은 편인데 에코프로비엠 등 양극재 기업의 기술력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고 국내관련 생산시설도 확충되었으나 불확실성은 상존하고 있다.

중국에는 자원에 밀리고 일본에는 기술에 밀려 소재개발이 쉽지는 않았지만 국내기업들은 다변화와 국산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그렇지만 기술특허나 원료, 그리고 생산설비 등에 대한 대일의존도가 상당하므로 꾸준한 국산화와 기술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일본의 수출제한조처에 대비해 일본산제품의 대체가능여부를 파악했었다고 한다. 여당도 일본경제보복특별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하나 뽀족한 해법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일본제품의 불매운동이 청원대상이 되고 SNS에 올라오나 직접적인 영향권인 기업의 심각성에 비교한다면 ‘새발의 피’라고 보는 것이고 감정의 맞대응 성과도 크지 않을 것이다.

정밀기술의 차이는 ‘10년의 간극’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관련 자동차산업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지금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반도체 자동차산업이 타격을 입게 되면 우리 경제는 되살리기 어려운 지경에 처하고 만다. 냉정한 가슴으로 이번 사태를 직시해야 한다. 정치나 반일감정에 자칫 경제를 망가뜨릴 수 있으므로 전략적으로 일본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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