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목요사색
재난 속의 희생양과 영웅정우천 입시학원장
충청일보  |  webmaster@ccdaily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7.10  11:17:04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목요사색] 정우천 입시학원장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우리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이 침몰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중계하듯 방송되며 전 국민적 관심을 끌었지만, 채 2달도 되지 않아 이제는 사람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 버렸다. 재난이 발생하면 늘 정부의 무능을 질책하고 비판하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민방위복을 입고 카메라 앞에서 침통한 표정과 비장한 어조로 책임과 사후 대책을 말하는 상황도 늘 반복되는 것만 같다. 아무리 조심해도 사고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리고 비슷하게 되풀이하는 사후 해법은 적절한 것인가?

물론 인간의 힘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불가항력의 사고도 있다. 문제는 인재라 일컬어지는 재난의 관리인데, 이마저도 문명의 복잡성과 인간의 특성 아래서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면이 있다. 정상사고(Normal Accident)라는 개념과 위험 항상성(Risk Homeostasis)이란 이론이 있다. 사회학자 찰스 폐로는 현대사회는 첨단기술의 복잡한 시스템으로 구성돼 치명적인 잘못 없이도 그 복잡성 간의 상호 작용과 이상 조합으로 파국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런 사고는 피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는 항공기 사고, 화학공장 사고, 방사선 누출 사고 등에서 이러한 특징이 있다며 이를 정상사고라고 이름하였다. 정상사고는 비난할 대상도 그리고 정확히 대체할 부분도 찾기 어려워, 다른 사고보다 무섭다고도 했다.

또 다른 개념은 위험 항상성이다. 안전을 위한 준비와 대책이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안전을 위한 장비가 발전하면, 그 안전성을 믿고 운전자들이 더욱 위험하게 운전을 해 사고율이 줄지 않는다는 결과가 있다. 이를테면 안전을 위험으로 소비해 버리는 인간의 심리적 습성 때문에 위험을 줄이는 방법을 고안해도 사고는 발생한다는 것을 말한다.

사고는 여러 문제가 서로 겹치고 이에 우연이 더해져 일어난다. 인간의 힘 밖의 것은 논외로 치더라도, 과거의 재난으로부터 배우고, 가능한 것을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최선의 해법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사고 처리 방법과 대책은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아 보인다. 재난 후의 가장 흔한 진행 형태가 ‘영웅 만들기’와 ‘희생양 만들기’다.

복잡하고 시간적으로도 누적된 문제가 어떤 계기를 만나 사고로 발생하면, 그 시점의 특정 대상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난도질하는 것이 사고 후 흔히 벌어지는 행태다. 한 대상을 악마화한다고 복잡한 재난의 상황이 해결될 리가 없다. 대중에게 위안을 주기 위한 감정배설과 자기기만이 있을 뿐이다. 야구에서 다이빙캐치로 멋진 수비를 하면 잘했다고 선수를 치켜세우지만, 나이스 캐치는 위치예측이 잘못된 결과로 과한 수비 동작에서 나오는 움직임일 수도 있다. 사고 후 무리한 사후수습은 영웅도 만들지만, 또 다른 불상사도 발생할 수 있다. 진짜 영웅은 멋지고 화려하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기 일을 확실히 하는 자이다.

충청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