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충청시평] 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원형을 완전하게 보존 중인 ‘한국의 서원’(Korean Neo-Confucian Academies) 9곳, 즉 조선 첫 서원인 영주 소수서원, 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경주 옥산서원, 달성 도동서원, 함양 남계서원, 정읍 무성서원, 장성 필암서원, 논산 돈암서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하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7월 6일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열린 제43차 회의에서 ‘한국의 서원’을 세계유산 중 문화유산(Cultural Heritage)으로 등재했다. 동 위원회는 ‘한국의 서원’이 “오늘날까지 교육과 사회적 관습 형태로 지속되고 있는 한국의 성리학과 관련된 문화적 전통의 증거이자, 성리학 개념이 한국의 여건에 맞게 변화하는 역사적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가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이는 한국 서원의 문화적 가치에 대한 가장 정확한 표현이다. 문화는 사회 구성원이 생활 과정에서 이룩한 물질적·정신적 소득을 일컫는 말로, 의식주는 물론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가 모두 문화에 포함된다.

이번에 한국의 서원이 등재되어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그리고 종묘, 1997년 창덕궁과 수원 화성, 2000년 경주역사유적지구와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2009년 조선왕릉, 2010년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 2014년 남한산성, 2015년 백제역사유적지구, 2018년 산사와 한국의 산지승원이 등재된 것을 포함하면 한국은 세계유산 14건을 보유하게 됐다.

북한 소재 2004년 등재된 고구려 고분군과 2013년 등재된 개성역사유적지구, 그리고 2004년 등재된 중국 소재 고구려 수도 집안과 능묘를 합치면 한민족 관련 세계유산은 17건이다. 그중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만 자연유산이고, 나머지는 모두 문화유산이다. 이는 우리 선조들이 그 시대 상황과 정신을 표현한 여러 가지 문화가 인류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선시대 핵심 이념인 성리학을 보급하고 구현한 한국의 서원이 지닌 공간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유일한 한국적 공간이다. 공교육이 제 기능을 못할 역사적 위기의 순간에도 사교육 기관으로서 굳건히 조선을 지탱해 온 역할을 한 의미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등재 결정과 함께, 이후 9개 서원에 대한 통합 보존 관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자손만대에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세계유산의 보존에 영속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번 쾌거로 현재의 문화는 물론 과거의 문화도 충분히 훌륭한 한류 자산임이 다시 입증되었다. 문화가 살아야 민족이 살고, 문화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깊이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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