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 수필가

 

[월요일아침에] 김영애 수필가

문득문득 보고 싶다. 뭘 하고 있을까!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수시로 안부가 궁금해진다. 깊은 사색에 빠져있을 그 모습이 자주 눈에 밟힌다. 누군가를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과 관심은 바닐라 아이스크림보다도 달콤하다. 이제 우리는 충분히 서로의 마음을 교감하는 절대적인 사이가 되었다. 기쁜 일로 내가 즐거워 할 때는 함께 기뻐해주고 속상한 일로 우울해 할 때에는 그윽한 눈빛으로 토닥토닥 위로를 해준다. 내가 눈물 훔칠 일이라도 있을 때에는 눈치를 슬금슬금 보다가 슬며시 다가와서는 꼭 감은 내 두 눈두덩 위에 부드러운 입맞춤을 해주었다.

나이 들어가면서 한없이 측은지심과 연민의 마음이 든다. 당연히 늘 있는 자리에 내가 있고 그가 또한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오랜 시간 든든히 지켜준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잘해주지 못한 것들에 대한 회한이 불쑥불쑥 들을 때면 미안한 마음이 크다. 내가 바쁘다는 이유로 혼자서 외롭게 보냈을 그 많은 시간들은 얼마나 쓸쓸하고 고독했을까! 때로는 몸과 마음이 아픈 것을 그때그때 알아주지 못해 상처가 깊게도 했을 거였다. 내 곁에 찰싹 등을 기댄 그 따듯한 체온만으로도 나만 바라봐 주는 그 눈빛만으로도 고맙고 든든해진다.

내가 건강하게 더 오래 살아야 된다는 책임감이 들기 시작했다. 행복하게 해주지는 못할지라도 내가 그를 끝까지 잘 지켜주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나를 무조건 사랑해주고 나에게 절대적으로 순종했으며 나만 오로지 바라보고 살아온 그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을했다. 진정한 사랑은 그 대상이 누구이던지 끝까지 배려하며 함께하는 책임감이 아닐까! 병들고 늙어서 나의 손을 잡아주지 못해도 절대로 함부로 하거나 미워하지도 짐스러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일찍 퇴근을 서두른다. 누군가 가까운 지인이 밥을 함께 먹자해도 차를 마시자해도 달콤한 술 한 잔의 유혹도 적당히 둘러대고 집으로 달려간다. 어떤 이는 나에게 집에 꿀단지라도 들여놨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사람들을 만나서 바람 같은 대화를 주고받는 시간 보다는 말은 없어도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교감하는 그와의 시간이 좋다. 나에게는 휴식이 되고 힐링의 시간이 된다. 내가 퇴근 후에 부득이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서 외출 준비를 하면 그는 화가 나서 감정 조절을 못하고 짖어댄다. 퇴근 후에 쓸데없는 긴 전화 통화도 싫어하며 툴툴거린다.

웬만해서는 성을 내지 않는 그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나의 저녁 외출이이다. 아침에 출근할 때는 꼬리를 흔들면서 배웅을 해주는 그가 퇴근 후에 외출은 질색으로 싫어한다. 수다전화도 싫어한다. 시집살이도 이보다 심할까! 외출 준비를 포기하고 그와의 공원 산책을 준비하는 동안에 벌써 현관문 앞에서 꼬리를 흔들며 기다린다. 우아하고 수려한 그는 공원에 나가면 인기가 짱이다. 도도하게 걸어가는 그의 주변에 동네 강아지들이 킁킁 대며 주변을 맴돈다. 간절한 구애에도 눈길하나 주지 않고 귀찮아한다. 오래 함께 살면 주인을 닮아 간다더니 너는 나를 참 많이도 닮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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