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충청칼럼]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요즘 술병이 났다. 사실 얼큰히 취하는 사람이 최상의 술꾼이라는 말이 있는데 얼큰히 먹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부모님께 올리는 술은 효도주(孝道酒)요, 자식에게 주는 술은 훈육주(訓育酒)이며 스승과 제자가 주고받는 술은 경애주(敬愛酒)요, 은혜를 입은 분과 함께 나누는 술은 보은주(報恩酒), 친구에게 권하는 술은 우정주(友情酒), 원수와 마시는 술은 하해주(和解酒)이며 동료와 높이 드는 술은 건배주(乾杯酒)라. 죽은 자에게 따르는 술은 애도주(哀悼酒)요, 사랑하는 사람과 부딪치는 술은 합환주(合歡酒)라는 말이 있다.

더 나아가 SNS에서 보니 공짜 술만 얻어먹고 다닌 사람은 공작, 술만 마시면 얼굴이 희어지는 사람은 백작, 홀짝 홀짝 혼자 술을 즐기는 사람은 자작, 술만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은 홍작이라는 말도 나와 있다. 또 시인 조지훈선생이 갈파한 주도의 급(級)이 통신망에 글이 올라 있는데, 될 수 있으면 안 마시는 사람을 불주(不酒), 술을 겁내는 사람을 외주(畏酒),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민주(憫酒), 돈이 아쉬워 혼자 숨어서 마시는 사람을 은주(隱酒), 잇속이 있을 때만 술을 마시는 사람은 상주(商酒), 성생활을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을 색주(色酒), 밥맛을 돋우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은 반주(飯酒), 술의 진경을 배우는 사람을 학주(學酒)라고 적혀있다.

내 대학 선배님이 카톡으로 보내 준 7개의 주도(酒道)는 첫째, 술좌석에 합석했으면 술을 못 마셔도 첫 잔은 받아서 집배(執杯)하고, 둘째, 왼손으로 잔을 주거나 술을 따라서는 안 되며, 셋째, 왼손으로 잔을 받아서는 안 되고, 넷째, 자기가 편하다고 술을 손바닥이 천장을 향하게 따르면 큰 실례며, 다섯째, 잔을 받았으면 입에라도 대어서 가급적 빠르게 반배를 해야 하고, 여섯째, 술잔은 1/3이하로 쥐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술을 철철 넘게 따르면 결례이다.

주(酒)님의 기도문이라는 글도 나와 있다. 신교를 믿는 내 입장에서는 주기도문을 이렇게 바꾸어 놓은 것이 못내 기분이 안 좋지만 웃자고 해학을 발휘한 차원에서는 웃으며 이 글을 읽었다. 그 내용인 즉, 전능하사 참이슬을 만드신 두꺼비 아버지를 믿사오며 그 외아들 후레쉬를 믿사오니 이는 또 다른 소주를 잉태하사 잎새주를 낳으시고 맥주까지 품에 안고 마구 돌리시고 흔들어대는 고난을 겪으사 데이블에 오르셨으니 섞인 지 3분 만에 소맥으로 부활하사 희노애락에 몸부림치는 백성들을 기쁘게 하시고 그 맛으로 심판하시니 술을 못 먹는 자에게 처음처럼과 이슬톡톡을 베푸사 모든 술들을 통치하시니 오늘은 좋은데이 술과 영원히 사랑받으리라 믿습니다.

오늘 장황하게 술에 대해 글을 쓴 이유가 있다. 맑은 고을인 우리 청주가 요즘 숲은 부수고 아파트를 짓겠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것에 요즘 속상해서 술을 안 먹을 수 없다. 아파트 부수고 숲을 지어야 하는 것이 맞는 일인데 이를 거꾸로 하고 있으니 매일 매일이 속상해서 술을 퍼마신다. 제발 숲을 보존하자. 이게 과연 청주시민 소수의 의견 일 까?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