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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철학의 후퇴와 사회적 혼란안상윤 건양대학교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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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15  13: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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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안상윤 건양대학교 대학원장

 

보편적으로 어떤 인사관리제도를 도입하고 있는지는 그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것인가의 문제에서부터 개인의 가치관과 사회철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근무기간에 비례하여 승진이나 보상을 결정하는 연공서열주의를 채택하고 있다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능력주의 또는 성과주의로 전환을 추진하게 되었다.

1998년부터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은 상대적으로 중요한 직무를 수행하고, 능력을 발휘하여 높은 성과를 달성할 때 승진과 높은 보상이 주어진다는 성과 및 능력 중심의 인사관리제도가 어느 정도 안착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흐름이 바뀌면서 사회적인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비정규직을 무조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정부정책은 재정문제 등으로 구체적 실행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노노간 갈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그동안 성과주의 인사관리시스템으로 전환을 추진하던 공공기관들의 연공급제로의 회귀는 사회 전반에서 성과주의 지지와 반대 가치관 간에 충돌은 물론 또 다른 이념대립을 노정시키고 있다.

인사관리제도에 있어서 연공서열주의는 재직연한이 오래된 사람부터 우선적으로 승진시키고 더 많이 보상한다는 가치관이고 철학이다. 이는 전통적인 온정주의 내지는 가족주의적인 경영에 그 기초를 두고 있는데, 인간의 능력이나 업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철학과 도구를 갖지 못했던 시대에 성립된 가치이다. 과거 농업이나 공업 중심의 시대에는 근무기간이 당연히 능력의 기준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근속연수에 비례하여 능력이 신장된다는 전제는 허상이고 억지다. 정보화시대 및 WTO 체제 하에서 급변하는 경제 환경과 새로운 기술혁신은 연공질서를 무너뜨렸고 연공체제에 대한 비판을 가속화시켰다. 이러한 연공서열주의의 대안으로 고려된 것이 능력주의 내지는 성과주의 인사관리제도이다. 성과주의란 조직목표 달성에 필요한 능력을 보유하였거나 상대적으로 탁월한 실적을 올리는 직원을 인사관리 전반에 걸쳐 우대하는 사고이다.

이는 합리적 사고방식을 강조하는 구미 각국에서 발전된 개념이다. 구미식 인사관리에서는 직무를 먼저 갖추고 거기에 필요한 인력을 투입한다는 기본적 사고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평가도 직무에 얼마나 부합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 여부가 그 기준이 된다. 따라서 성과주의를 시행하는 데는 명확한 직무분석과 직무평가에 기초한 직무분류제도의 도입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연공서열 인사관리제도는 원시적이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도 지난 20년 동안 성과주의 학습을 통하여 서구식 경쟁원리에 많이 익숙해졌다. 특히, 젊은 인재들을 중심으로 연공이나 호봉을 탈피하여 능력과 성과를 중시해야 한다는 신념이 강하게 확산되었다. 그러나 지난 20년의 실험을 끝으로 인사관리제도가 다시 구시대로 돌아가고 있고, 그 어떤 조직도 무한경쟁체제 하에서는 연공서열제도를 영구히 지탱할 수 없다는 것이 1970년대에 인사관리제도를 서구화한 일본에 의해 증명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를 기다리고 있는 종착역은 선진국 진입이 아니라 제2의 IMF 위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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