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측 "특수부 배정 상괘 벗어나", 朴측 "사실 규명위해 당연"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 검찰이 한나라당 대선경선 주자인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과 관련된 각종 의혹 사건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고강도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대선 정국의 파고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특히 검찰이 이 전 시장의 부동산 명의신탁 여부 등을 규명하기 위해 계좌추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수사 결과에 따라 대선판도가 급변할 가능성도배제할 수 없게 됐다.

수사 결과 명의신탁 등의 의혹 제기가 허위로 판명날 경우 이 전 시장은 각종 검증 공세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오히려 반등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겠지만, 일부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사의 큰 줄기는 이 전 시장 처남 김재정씨와 김씨가 대주주로 있는 `다스`가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 캠프의 유승민.이혜훈 의원, 서청원 상임고문과 경향신문 등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 사건이다.

이들이 자신의 재산을 마치 이 전 시장의 차명재산인 것처럼 보도하거나 주장하면서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 김씨측의 고소 이유다.

그러나 검찰은 명예훼손인지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내용의 사실 여부를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건을 선거관련 전담부서인 공안부가 아닌, 대형비리 의혹 사건 담당인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배정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명예를 훼손했다 하더라도 사실을 적시한 것인지, 아니면 허위사실에 의한 것인지에 따라 형량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칫 검찰 수사가 검증 국면을 확산.증폭시키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캠프 내에서는 `검찰의 결정에 현 정권 핵심부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판단속에 대 정부 고강도 투쟁으로 선회하려는 기류도 감지된다.

캠프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8일 기자회견에서 "경선이 40일 정도 남았는데 검찰 수사가 경선에 영향을 미치거나 경선이 이뤄질 수 없도록 하는데 악용된다면 정권교체를 앞두고 불안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고소.고발건은 이 전 시장과 관련없는 김재정씨의 단순 명예훼손 사건으로 이는 사흘이면 충분히 수사를 끝낼 수 있다"면서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 정치공작이 이뤄진다면 온몸으로 저항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박희태 선대위원장도 "검찰이 이 사건을 평상적인 방식으로 수사해주기 바란다"며 "명예훼손 사건을 특수부에 배정하는 것은 일반적인 소위 검찰의 상궤를 벗어나지 않았나 그런 염려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대표측의 김재원 대변인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특수부수사가 당연하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16대 대통령은 여론조사로 결정됐지만, 17대 대통령은 계좌추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캠프의 한 핵심 관계자도 "사실여부를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다스가 누구의 소유인지, 언론에 보도된 부동산 47곳이 다 처남 김재정씨의 것인지, 도곡동 땅은 진짜 이 전 시장의 것이 아닌지. 이걸 다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전 시장의 재산형성 과정에 문제가 있고, 반드시 이를 검증해야 한다는 박 전 대표측으로서는 이번 사건이 법정공방으로 치닫게 된 것이 오히려 `불감청일지언정 고소원`이라는 분위기가 읽혀진다. 자신들의 검증공세에 대해 당 안팎에서 `네거티브`라는 부정적 시각이 엄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적극적인 수사의지를 밝히면서 사실상 제3자를 통한 검증으로 옮아가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반면 당내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 2002년 대선 정국에서 `병풍` 사건 수사가 장기간 계속되면서 의혹 제기자인 김대업씨와 이 후보측의 끊임없는 진실공방이 벌어지게 됐고, 이것이 결국 이 후보의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대선에 패했다는 이유에서다.

나경원 대변인은 논평에서 "올 대선의 중심에 검찰이 또 다시 자리잡는 양상"이라며 "2002년 대선 병풍 당시 검찰의 지지부진한 수사가 오히려 의혹부풀리기로 야당후보 흠집내기에 일조한 사실을 우리 국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수부 배정에 대해 "행여나 고소고발 사건을 빌미로 야당후보를 음해하는 또 다른 공작정치의 사령부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경선 후보인 홍준표 의원은 "금도를 넘어선 검증공방이 고소.고발로 이어지게 됐고, 결국 검찰이 합법적으로 대선에 개입할 여지를 제공했다"며 "이.박 두 후보측은 서로가 가지고 있는 흠을 국민 앞에 솔직히 고백하고 검찰에 고소.고발한 모든 사건을 취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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