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정부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이번 사태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국산화율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처음 성사된 한일 양자 실무협의에서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국가(백색 국가)'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정부가 한층 더 광범위한 대응책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부는 대일의존도가 큰 소재부품 개발사업에 대한 전방위 지원에 나서는 동시에 일본의 추가 보복 등 장기전에 대비해 '상응 조치'를 적시에 꺼낼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

정부는 대미 외교전, 일본을 상대로 한 양자 협의, 제3자를 통한 진실규명 제안 등 외교적 해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면서 국내에서도 예산·세제·행정절차 최소화 등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대책을 마련 중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10년간 반도체 소재 부품·장비 개발에 매년 1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일반 소재·부품·장비의 경우 2021년부터 6년간 5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일본 수출규제 품목에 대한 세제 지원책과 함께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예산 투입에 앞서 진행되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생략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화학물질 생산 규제 완화와 R&D 분야의 주52시간 근무제 특례(선택적 근로)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자동차와 정밀화학 등 다른 산업계의 상황을 세부 점검하고 있고 일본이 타깃으로 삼을 만한 100대 품목을 따로 추려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은 추경예산 증액도 수출규제 3대 품목에 한정하지 않고 추가 규제가 예상되는 품목들에 대해 기술개발·상용화·양산단계 지원 예산을 포함하기로 했다. 대일의존도 상위 50개 과제에 대한 소재·부품 R&D 예산도 반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 국가 명단에서 제외할 경우 해당 고시는 다음 달 20일을 전후해 발효될 전망이다. 이 경우 거의 모든 산업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 절차가 대폭 까다로워지며, 우리 기업들이 입는 피해가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반도체 장비·부품·재료의 국산화율이 30∼40%에 불과하고, 소재 관련 연구 인력이나 기술 개발 역량이 부족한 '반도체 강국'의 취약점이 드러났다.

우리 기업이 일본 거래처와의 오랜 관계 때문에 그동안 부품·소재의 국산화율을 높이거나 개발에 적극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정부는 이번에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선 3개 품목을 포함해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핵심 부품·소재·장비 등의 국산화를 최단 시간 내 이룰 수 있도록 자립화를 집중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난은 면키 어렵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핵심 기술개발과 사업화, 실증 등 관련 분야 사업을 적극 추진해 대일 의존도를 낮추고, 핵심 부품 등에 대한 자립도를 높여나야 한다.

핵심기술 확보을 위해 유동성을 지원하고, 기술 개발 단계인 품목들에 대해 연구·개발(R&D) 투자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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