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통합파, 지도부에 `통첩`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출구`를 찾지 못하던 범여권 통합작업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열린우리당 탈당파 45인이 주축인 대통합추진모임이 `7월25일 대통합신당 창당`이란 기치를 든 것을 계기로 각자도생을 꾀하던 제정파들이 서서히 대응 기조를 바꾸며 접점 모색에 나서기 시작했다.

`중도개혁대통합`을 주창해온 통합민주당이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리며 대통합합류 쪽으로 한 발짝 다가선 듯한 분위기이고, 통합민주당을 `소통합`으로 낙인찍었던 대통합추진모임 내부는 통합민주당을 적극 끌어안자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통합민주당 방향선회 조짐 = 표면적으로는 열린우리당의 정치적 해체를 거듭 촉구하며 완강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대통합 합류 쪽으로 자세를 바꾸려는 흐름이 뚜렷이 읽혀진다.

특히 5일 독자적 창당 로드맵을 발표한 대통합추진모임에 대해 직접적 비판을 자제하면서 `친노세력이 없는 신당`을 강조하며 대통합 논의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결국 관건은 친노세력이 어떤 형태로 정리되느냐가 아니겠느냐"며 "만약 친노파가 없는 신당이 만들어지면 통합민주당하고 바로 통합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통합민주당은 대통합추진모임이 25일을 목표로 추진 중인 신당창당에는 합류하지 않되, 신당이 창당되면 이를 상대로 `당 대 당` 협상을 진행해 8월초중도개혁대통합 신당을 창당하는 시나리오를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현시점에서 통합논의가 후보중심과 대통합론 쪽으로 흐르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칫 대통합 추진의 흐름에서 소외될 경우 `소통합`에 집착하는 당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통합민주당 내부의 대통합파들이 탈당을 결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이 당 지도부에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효석 의원은 이날 통합민주당 박상천 대표에게 일주일 내에 전향적인 결단을 하지 않으면 탈당하겠다고 최후통첩했다.

김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도부가 오는 14일까지 대통합을 위한 기득권 포기를 결단하지 않으면 우리가 나가서 제3지대 신당창당에 합류하겠다"며 "두 공동대표는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을 만나 대타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통합민주당 박상천.김한길 공동대표는 내주 중 정세균 의장을 만나 대통합 추진문제를 놓고 의견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져 통합논의의 향배에 큰 영향을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김효석 이낙연 의원, 정균환 전 부대표, 김영진 전 장관, 박광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지사 등은 양당 지도부간의 회동에서 가시적 성과물이 나오지 않을 경우 15일께 탈당을 결행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의원도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통합민주당 지도부는 10일 당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워크숍을 갖고 당의 진로와 대통합추진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격렬한 내부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탈당파.우리당 통합민주당 껴안기 = 대통합추진모임 내에서는 통합민주당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의 세력구도 속에서 25일 창당 수순을 밟을 경우 `도로 열린우리당`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상황인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의원은 "민주당이 참여하지 않는 통합은 의미가 없다"며 "우리당보다는 민주당 참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도 통합민주당을 향해 전례없이 유화적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통합민주당을 `소통합` `총선용 지역당`이라고 맹비난해온 기존의 입장에서 후퇴해 대통합추진모임과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정세균(丁世均) 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대통합의 대세에 참여해야 대통합은 완성된다"며 "대통합하라, 그러면 다시 한번 밀어주겠다는 게 호남민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통합민주당 박상천.김한길 공동대표와 우리당 정세균 의장이 조만간 회동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실제 성사 여부에 따라 통합논의의 향배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정파간 동상이몽은 여전 = 그러나 정파들간의 `동상이몽`도 여전해 보인다. 당장 대통합의 밑그림을 놓고 우리당은 당이 통째로 옮겨가는 신설합당 방식을 선호하는 반면, 통합민주당은 우리당과의 당대당 통합에 완강히 반대하며 우리당의 정치적 해체선언과 소속 의원들의 개별탈당을 주장하고 있다. 대통합추진모임은 양쪽의 기류가 혼재돼있다.

또 대통합추진모임이 5일 발표한 창당 로드맵은 시민사회진영과의 시각차가 표면화되면서 초반부터 덜컥거리고 있다.

대통합추진모임은 시민사회진영과 공동창준위를 구성해 열린우리당과의 당 대 당 합당을 추진한다는 입장인 반면 시민사회진영은 독자 수순을 밟으면서 정치권 인사들을 영입하겠다는 전략이다. 최열 미래구상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정치권의 유혹에 불쏘시개로, 디딤돌로 사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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