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전 언론인

[김종원의 생각너머] 김종원 전 언론인

책을 읽다보면 그동안 알았던 사실과 다르거나, 다른 해석을 보고 머리를 끄덕이게 되는 대목이 있다. 최근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작가인 고 신영복 선생의 저서 '강의' 책 중에서 화이부동(和而不同)에 대한 해석을 보고 그런 경험을 또 했다. 공자 말씀 중에, 자왈 군자 화이부동 소인 동이불화(子曰 君子 和而不同 小人 同而不和)에 대한 해석이다.  신 선생은 "일반적인 해석은 군자는 화목하되 부화뇌동 하지 아니하며, 소인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화목하지 못 한다"라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이런 해석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한다. 오히려 신 선생은 "화 와 동을 댓구로 해석해야 한다. 화(和)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관용의 논리, 공존과 평화의 논리, 동(同)은 지배 흡수 합병의 논리로 읽어야 한다"면서 새로운 해석을 해낸다.

신 선생의 해석은 "군자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지배하려고 하지 않으며, 소인은 지배하려고 하며 공존하지 못한다"이다. 신 선생은 "극좌와 극우는 통한다라는 말이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사적 격동기에 도처에서 확인되는 사실이다. 극좌와 극우 모두 동(同)의 논리다. 제국주의적 패권주의라는 극우 논리와 프롤레타리아 독재라는 극좌 논리는 동(同)의 논리로 새로운 문명은 이와 결별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논의를 확장한다.

신 선생은 남북통일에도 이런 논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화동(和同) 담론이 통일론에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남과 북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다른 체제로 대립하고 있다. 화(和)의 논리는 무엇보다 먼저 공존과 평화의 논리로 통일과정을 이끌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공존과 평화정착이 이뤄지면 그 이후부터는 대체로 시간의 문제로 귀착된다."(신영복 '강의' , 돌베개, 160~166)

화이부동의 주체를 군자가 아니라 정치로 놓으면 어떻게 될까. 사실 국내외에서 일어나고 있는 최근 상황을 돌아보면, 정치가 화이부동해야 할 때다. 정치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관용의 논리, 공존과 평화의 논리여야 한다. 정치가 지배 흡수 합병의 논리가 되면, 극우 극좌가 극성을 떨게 된다.국내외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긴장은 모두 화이부동하지 않은 생각에서 나온다.

일본 정부의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고, 상호 호혜존중이라는 원칙에도 틀리다. 국내 여야 정치권이 맞부딪치는 부분에서 다양성과 공존은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 다민족 문화에 대해서는 특히 다양성과 관용의 논리가 필요하다. 다양성과 관용을 무시하는 진영논리 또한 이제는 그만 둘 때가 됐다.

상대편의 말은 '옳더라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진영논리의 치명적인 오류다. 내편이 아니라도 그 지적이 맞고, 논리가 타당하다면 적극적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생각이 잘 버무려져서 훌륭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제는 제발 다양한 생각, 관용을 베푸는 마음이 커졌으면 한다.

충청도 충은 중앙(中)과 마음(心)이 합쳐져 충(忠)을 이룬다. 중용과 중도, 충청이 중심을 잡고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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