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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김진웅 수필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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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18  13: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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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시인]

지난밤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매섭게 쏟아부었다. 일기예보는 우리 지방의 장마는 이번 주 18∼19일에 예상되지만, 지상에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로 가득 차 있는데 상공에는 찬 공기가 지나고 있어, 상하층 간의 기온 차로 대기가 불안정하여 소나기가 오는 것이라 한다.

출판사에서 편집한 청주시 1인 1책 수강생의 원고를 최종 교정하고 있는데 천둥·번개 때문에 진행하기가 위험하여 컴퓨터를 끄고 나니, 지금부터 39년 전 이맘때 보은지방의 대홍수의 악몽이 떠올랐다.

1980년 7월 22일 보은군 ○○학교에 근무할 때, 출장을 가서 지도기능 대회에 열중하느라 비가 무척 많이 온 줄도 몰랐다. 작달비에 걱정되어 학교로 통화 중 전화가 끊겼는데, 전신주가 쓰러진 것 같다고 했다. 걱정 끝에 점심식사를 포기하고 기다리던 교감선생님과 학교로 향했다. 도로까지 물이 차올라 가까스로 끌고 가던 자전거를 거센 물살에 빼앗기고, 급히 보은농업고등학교 뒷산으로 피신했다. 산에 올라가니 말로만 듣던 엄청난 산사태를 겪었다. 묘지 제절에 서 있는데 낙뢰와 함께 커다란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내려와 이리저리 피해야 했다. 식사도 거르고 오랫동안 장대비를 맞으니 사시나무 떨리듯 춥고 정수리까지 아팠다.

“헬리콥터가 구조하기 전에는 내려가기 어렵고, 자칫하면 죽겠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연세가 지긋하고 강단이 센 그분이 아니면 아마 그때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산사태와 천둥·번개, 낙뢰, 불어난 계곡물, 놀라고, 춥고 배고프고……. 그때 낙뢰 등에 충격을 받았는지 지금도 어젯밤처럼 우레가 울 때는 나도 모르게 어린아이처럼 귀를 막는다.

며칠 후 조금씩 물이 빠졌지만, 살던 집이 유실되어 우리 가족은 졸지에 한 교실에서 몇 가구가 함께 사는 수재민이 되었고, 헬리콥터를 타고 수해지구 시찰을 나온 전두환 국가보위상임위원장을 만났던 일도 생각나 당시 신문기사를 검색해보아도 상상조차 힘든 큰 물난리였다.

80년 보은 대홍수 발생당시 매일경제신문 1980년 7월 23일자 1면 ‘중부 폭우로 재산피해 200억’이라는 기사에는 ‘22일 상오 중에 100~150mm가 집중적으로 쏟아져 피해를 더욱 크게 했는데 충북 보은읍은 상부에 있는 장유저수지 둑이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읍 전체가 3시간 동안 물속에 잠겼고, 급류에 휩쓸려 24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으며 54명이 부상하는가 하면, 읍민 2,360가구 1만 3,000여 명이 모두 이재민이 되었고…….’

그 이듬해 3월에 청주 부근으로 전근 와서 생각하니, 사람이 살아가는데 노력도 중요하지만 운(運)도 따라야 한다. 일 년만 일찍 왔어도 이런 사경(死境)을 헤매지는 않았을 테니까. 갈수록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는 극심한 가뭄과 고온으로 허덕이고, 올해도 오랜 가뭄이 계속되어 오히려 장마를 기다릴 정도이다. 모쪼록 피해와 고통을 주지 말고 반갑고 고마운 장마가 되길 기원한다. 가뭄과 수해 때문이라도 4대강 보(洑) 같은 시설을 온전히 유지·활용하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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