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백목련] 육정숙 수필가


 옷자락 끌리는 소리인 듯, 아닌 듯 들려온다. 꿈결처럼 먼 곳에서부터 차츰 차츰 가까이 들려온다. 누군가 새벽길을 걷는 소리인가 그 소리를 따라 잠이 깨었다. 어둠 속에서 핸드폰을 찾아 시간을 감지한다. 새벽 한시 오십분! 시간상으론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인데 긴 시간 푹 자고 일어 난 느낌이다. 깊은 잠이었나보다. 어제의 하루가 너무 노곤했던 탓이려니. 눈을 뜨니 캄캄하다. 다시 눈을 감고 가만히 귀를 기울여본다. 창가를 조용히 두드리는 듯 들려오는 소리는 빗소리였다.

 모두가 잠든 밤! 조용조용 내리는 빗소리가 나를 차분하게 해준다. 어두운 길이니 조심하려는 것인가! 그러나 그들을 맞이하는 지상의 소리는 모두 다 다르다. 풀잎에 내리는 소리, 나뭇잎으로 떨어지는 소리, 잔디에 떨어지는 소리, 주차 된 자동차 지붕위로 떨어지는 소리, 아파트 베란다 창을 스치는 소리. 소리의 크기는 다르지만 그 어울림은 환상적이다. 그 어떤 오케스트라에 비유할까! 자연의 소리는 그대로 자연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서정이다.

창문을 열고 새벽 비를 맞이한다. 낮과 다른 풍경이 센티멘털하다. 그러나 잠시 후면 시작 될 어제 같은, 그렇지만 아닌, 또 하나의, 새로운 하루가 달려오고 있다. 오늘은 또 어떤 하루가 될지, 그 하루를 축복하기 위해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아름다운 화음이려니.

 그렇게 잠시 여유를 부릴 수 있어 행복하다. 그러나 다양한 소리도 소리 나름이다. 하지 말아야 할 소리, 해야 할 소리, 당당히 외쳐야 할 소리가 있다. 요즘 참 시끌벅적하다. 일본 아베정부에서 한국의 수출규제로 우리에게 경제보복을 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에게 행했던 모든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은 하지 않고 오히려 경제보복을 하고 있는 적반하장의 파렴치한 행위를 하고 있는 섬나라 사람들. 앞뒤가 다른 말과 행위를 하는 일본정부에 대한 분노에 우리도 목소리를 내고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일본제품 불매 목록을 보고서야 각성이 되었다. 일상생활에서 손쉽게 구입해 사용하고 먹고 마시고 하던 것들이. 심지어 농사에 사용되는 비료까지 다양했다. 그렇게 일본제품들이 우리 가까이에 무수히 깔려 있었다는 것을. 자동차는 토요다, 랙서스, 혼다,  전자제품은 소니, 파나소닉캐논등 의류, 신발은 유니클로, A,B,C마트. 아식스 미즈노등 주류는 아사히, 기린, 삿포로 등  카시오시계, 음료는 포카리스웨트, 편의점은 일본훼미리마트, 금융은 산와머니등 그 외 문구, 화장품등 우리 가까이 손만 내밀면 바로 그곳에 있었다. 이제 우리는 그들에게 약소국이 아니다. 우리는 절대 일본산은 팔지도 않겠다. 사지도 않겠다.

 조용히 내리는 새벽 비를 좇아 어둠 속에서 달려오고 있는 밝은 오늘을 기대한다. 어느 새 비가 그치는가. 그동안 가뭄이 심해서 비가 좀 더 내려줘야 하는데. 이 땅이, 이 나라가, 각박해지지 않도록 새벽 비가 좀 더 촉촉이 내려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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