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태 건양대 교수

[월요일아침에] 박기태 건양대 교수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7월이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습해지는 장마의 계절에 올 해도 반만 남은 달력은 한 해의 허리를 접으며 우리의 마음까지 반으로 굵게 접으려 한다.

모든 것이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동행의 길목에서 떨림과 허망함을 뒤로 한 채 우리가 가고 또 가야 하는 이유는 잃어버린 것에 대한 여운을 찾기 위한 운명적인 헤맴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 헤매어도 결국 몇 발짝 이상 가지 못함은 이따금씩 접히는 마음이 있는 것과 헤어짐의 어귀에서 몽롱하게 피어나는 아련함 그리고 따가운 햇살이 우리의 어깨위에 내려앉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삶의 템포를 한 박자 더 느리게 욕심도 아쉬움도 반으로 접고 차근차근 그렇게 가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의 인생은 주옥같은 형용구에 따라 아름답게만 살수는 없다. 인생이란 그러한 일로만 정철될 수도 있는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인 것이 아닌 너무나 구체성을 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 깜짝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되는 세속적인 흐름에 편승하여 일상의 잡다하고 번잡한 일들이 마치 삶의 본질적인 요소인 냥 당연시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려는 사람들 때문에 우리의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만연해 있음을 아쉬워한다.

정신적 가치의 부재로 그들의 말과 행동은 우리의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때론 이기적이고 충동적이며 그리고 무책임하고 고마움도 모르면서 막말로 일관한다. 요즘 흔한 말로 싸이코패스적이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잘못을 저질러도 일말의 양심도 없이 그들의 잘못을 항상 주변 사람들의 탓으로 돌린다. 자신이 잘못하는 것은 남들이 먼저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지독한 자기중심적인 생각에 도취되어 남들의 아픔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또한 고맙다거나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하는 것 때문에 오히려 화를 내며 아프거나 힘든 일을 겪는 사람들에게 조차도 관심을 갖지 못하는 공감능력의 부재자들이다. 심지어 그들의 가장 나쁘고 잘못된 행동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 보다 잘 되었을 때 조잡하고 비열한 방법으로 시기하고 질투하여 가장 좋은 일마저도 나쁜 방식으로 전하는 막말재주가 있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를 남긴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이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스콜라 철학으로 인해 생긴 편견을 없애려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은 “사람들은 대게 남에게 아첨한다기보다 그 이상으로 자기 자신에게 아첨하고 있다.” 라고 했다. 남들의 일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냉정하면서도 자기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불공평한 판단을 하고 흥분하며 자기 편의주의에 흐르고 있음을 꼬집는 말이다.

누구든 자기 자신에게 대해서도 남들의 일을 판단하듯 엄정하고 냉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의 잘못된 일들을 남들의 탓으로 회피하고 비하하는 말과 행동들은 자칫 자존감의 결여로 생각될 수 도 있고 순수한 인간 내음이 상실되는 것 같아 경계성 성격장애로 발달되어 싸이코패스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에 우리에게 세속적인 번잡한 고민이 있을 때에는 혼자만의 판단에 섣불리 아첨하지 말고 가까운 지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좋은 약일 때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운명적인 달빛이 내리쏘는 밤에만 한정적으로 피어나는 꽃들의 숙명처럼 갑자기 우리의 인생은 그 유한성을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내 남은 계절의 시간을 조금은 천천히 그리고 한 박자 느리게 접어 보려한다. 그리고 나를 좀 멀리 떨어진 곳에 두며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싶다. 그래야만 박희준의 시 “하늘 냄새 ”처럼 순수한 인간 내음을 찾을 것 같아서...

사람이 / 하늘처럼 /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 그 사람에게서 / 하늘 냄새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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