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청주종합운동장 야구장(이하 청주야구장)이 프로야구 선수들이 '가장 기피하는 야구장'이란 불명예를 얻고 있다. 충북 청주시 서원구 사직대로에 위치한 청주야구장은 지난 1979년 5월 개장했다. 펜스 거리는 좌측 100m, 우측 100m, 중앙 115m로 1만여 명이 관람할 수 있다.

개장 이후 청주야구장은 최근까지 지속적인 리모델링에도 시설이 열악하다는 것이 야구인은 물론 시민들의 중론이다. 지난 2017년부터 최근까지 45억원을 들여 관중석 의자, 조명, 전광판 등 10여 차례 시설 보수 공사를 진행했지만  선수는 물론 관람객들도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6~18일 청주야구장에서 NC와 홈 3연전을 치른 선수들은 무더운 여름 날씨 속에 훈련을 마친 뒤 라커룸 등 쉴 공간이 마땅치 않아 구단 버스에 올라 쉬는 모습이 목격됐다. 온수 시설도 마련돼 있지 않아 선수들이 훈련 후 어려움을 겪고, 그라운드 흙 상태도 좋지 않다. 선수들 사이에선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경기장 인가"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청주야구장의 열악한 시설 문제는 수 년째 언론 등에서 제기하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청주야구장의 열악한 시설은 선수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를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은 관람객들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청주시는 정부 공모에 선정돼 18억원을 들여 설치된 지 15년이 지난 청주야구장 노후 전광판을 최신식 고화질 전광판으로 교체했다.

설치된 전광판은 가로 24m, 세로 9m 초대형으로 높은 해상도와 밝기를 구현하는 최신식 고화질로 지난 16~18일 다채로운 이벤트 및 생동감 있는 경기진행 모습 등을 제공했다. 그러나 16일 조명탑 문제로 경기가 3분여 간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4회 초가 끝난 뒤 조명탑이 번쩍이는 이벤트가 진행되고, 조명탑이 깜빡이다 불이 나가 프로경기를 치르는 야구장이 맞냐는 비난이 빗발치기도 했다.

또 청주야구장에는 이통 3사의 WIFI가 설치되지 않아 야구장을 찾은 팬들은 본인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 좌석과 좌석 간 간격과 통로도 매우 좁아 오가는데 불편하고, 화장실도 열악하다. 오랜 역사와 함께 청주야구장의 시설 노후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해 6·13 지방선거에선 한범덕 청주시장과 이시종 충북지사는 1만5000석 규모의 야구장 신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뒤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공약사업에서 제외됐다. 야구장을 만들 의지도 없으면서 선거에만 이용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청주시민들은 야구에 대한 관심이 많다. 최근 한화가 성적이 부진함에도 청주경기장을 찾아 "필승 환화"를 외쳤다. 한 시민은 "선수들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팬들이 안락한 분위기에서 관람할 수 있는 경기장을 바란다"고 하소연했다. '선수가 기피하는 야구장'이란 오명을 벗고 청주 팬들의 야구 열기를 담을 수 있는 '야구장 신축'이나 청주야구장의 시설 개선이 시급하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