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순 전 복대초 교장·시인

[교육의 눈] 박종순 전 복대초 교장·시인

따가운 햇살이 멀어진 저녁 무심천변 망초꽃, 달맞이꽃 가득 핀 길을 따라 걷는 것은 하루일과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개구리 소리가 좀 옅어지고 길 옆 풀숲에서 풀벌레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발걸음 멈추면 그 소리도 조용해지고 어느 새 여름방학이 가까웠다는 징조일까? 전에 없이 경제는 내려앉고 서로 비난하느라 나라 안이 시끄러워 차라리 밤을 기다리게 된다.

우리가 밤의 자연 속에 들어섰을 때 광활한 우주의 한 존재로서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격하며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깃드니 신비롭다. 그래도 TV앞에 앉아 있는 게 좋은지 산책하는 이는 드물다. 어둔 밤 걷기가 꺼려진다면 예술혼을 따라 마음을 달래보는 것도 솟아나는 불안과 허기를 치유하는 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나도 머리가 개운치 않을 때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26세 젊은 청년이 연주하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황제'를 들으며 위안을 삼는다. 미스터 조는 2015년 제 17회 쇼팽 콩쿨 우승으로 전 세계에 화려하게 이름을 알렸으되, 그가 유명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함에 악보도 안보고 전곡을 연주를 하는 것을 보면 그저 놀라워 넋을 잃게 된다. 또한 사람의 영혼이라는 것을 끝없이 터치하는 루드비히 반 베토벤의 위대한 창조성에 무한 감동하게 된다.

예술 하면 대학시절부터 문학의 샘에서 맴돌던 내게 또 하나의 무한한 세계를 열어준 것이 미술이다. 고흐의 '해바라기'와 '별이 빛나는 밤'은 누구에게나 영감을 주는 그림이다.인생의 고독 속에서도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자연 속에서 진리를 탐구했고, 사랑과 행복 자신의 이상까지도 그림으로 표현한 그 경지는 처절하면서도 고혹적이다. 김환기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라는 점화로 제1회 한국미술대상전에 대상을 받으면서 화면 전체를 점으로 찍는 추상화로 유명하다. 이처럼 미술의 소재와 표현기법도 무궁무진함에 사랑을 기울이게 된다.

며칠 전에도 청주시립미술관에 특이한 전시가 열리고 있어 가보니, 1층 전시실 바닥에 밀가루를 곱게 펴고 HA를 손으로 수 천자 써내려간 설치예술이 누워서 마음의 손을 내민다. 더욱 놀라운 것은 70이 넘은 두 여류작가의 '놓아라' 라는 기획 전시에 미술의 새로운 길을 또 접하게 되었다. 진천 출신의 김주영 화가는 '그땐 그랬지' 라는 작품으로 황토집을 실물로 재현하는 등 발로 뛰는 여성작가로서 대단한 작업을 실행하고 있는 분이란다.

'방앗간 쌀의 영혼'을 비롯한 일련의 작품은 남성작가들도 해내기 어려운 그 형극의 길에 혼을 불사르는 예술가에게 발걸음을 멈추고 마는 것이다. 방송국을 개조한 시립미술관은 예술의 바람개비를 돌리면서 우리의 영혼과 교류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9월까지 이 기획전이 열리니 피서도 겸하여 꼭 한번 가보아야 할 듯하다.

2019 전반기 광야를 잘 건너온 교단의 스승들과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올 여름방학엔 가족과 함께 미술관을 찾아가 지친 영혼을 위로받았으면 한다.  한편의 시와 같은 그림, 장편 서사시 같은 교향곡! 7월엔 가지않은 길에 한 걸음 들여놓는 축복이 교육의 눈 어느 독자와도 함께 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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