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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의 품위김용식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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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29  13: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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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용식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주무관

4년 전 '베테랑'이라는 영화를 정말 재미있게 봤다. 신념을 지키고 사는 경찰 서도철과 돈이라는 권력을 이용해 온갖 악행을 서슴지 않는 재벌 3세 조태오, 그리고 그의 뒤에서 사건을 은닉하고 불법을 조장하는 동료 경찰의 대립을 그린 영화다.

영화 초반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서도철을 보고 현실과 다르지 않은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다가 절정에 다다라 조태오가 결국 서도철 앞에 무너지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뻔한 줄거리이지만 우리나라 영화 불변의 흥행코드인 '권선징악의 구조'로 1340만 명이라는 엄청난 관객 수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영화로 만들면 '베테랑'보다 더 대박 날 것 같은 '버닝 썬 게이트'가 언론에 보도됐다. 이 사건은 클럽 '버닝 썬' 내 마약 유통, 성폭행 사건으로 번지게 된다. 클럽 직원들의 마약 투여 여부가 사실로 밝혀지고 방송에서 본인이 운영하는 클럽이라고 홍보하던 빅뱅의 멤버 승리의 성 접대 의혹까지 일파만파 커져갔다.

'버닝썬 게이트'에서 승리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이 이 사건의 '스모킹건'으로 떠오르게 되면서 가수 정준영이 성관계 영상을 몰래 촬영해 유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FT아일랜드 멤버 최종훈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지만 경찰 고위 공직자의 도움으로 언론 보도를 무마했다는 사실까지 추가로 드러났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충격적인 사실들로 많은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보통 믿기지 않는 일이 발생하면 "에이, 그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얘기지"라는 말을 하는데 현실은 영화보다 아름답지 않은 것 같다. 용기 있는 사람들이 비리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애를 쓰지만 영화처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결말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 사건 또한 마찬가지다. 본질은 연예인들이 어떤 범죄를 저질렀느냐가 아닌 공직자인 경찰이 무엇을 대가로 범죄를 은닉했으며 어느 선까지 이 사건과 연루됐냐는 점이다. 하지만 '시선 돌리기'를 통해 더 큰 비리의 실체는 희미해지고 대중의 관심은 온통 연예인의 추가 범죄 사실에만 몰려 안타까웠다.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나 자신에게 되물어보곤 한다. '만약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하고. 당사자들은 억울함을 토로할 수 있다. 직접 그 상황에 처해보지 않고는 누구나 말은 쉽게 할 수 있다고 말이다. 어쩌면 맞는 말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공직자들이 겉으로는 당당하게 말하면서 속으로 나에게만은 비슷한 상황이 생기지 않길 바라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위치에서 신념을 지키고 살아가는 올바른 공직자들은 존재하고 그들부터 시작해 공직사회는 많이 바뀌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묵인되던 크고 작은 비리들이 지금은 강력한 징계의 대상이 됐고 이러한 문화 자체를 바꾸기 위해 다양한 청렴 시책이 실시되고 있다. 이와 같은 노력이 없다면 유착 대상만 바뀔 뿐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돼 제2의 버닝썬 게이트, 제2의 피해자가 나타나지 말란 법이 없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영화 '베테랑'에서 주인공 서도철이 비리를 저지른 동료 경찰에게 한 대사다. 박봉이지만 가오(품위)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서도철 같은 공직자가 늘어나면 언젠가 우리 공직사회도 미세먼지 없는 하늘처럼 깨끗해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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