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자 수필가

[충청칼럼] 한옥자 수필가

여러 해 전, 자식이 일본에 가야 할 일이 생겼을 때 마실 물까지 챙겨가라고 당부하고 또 당부한 적이 있다. 물뿐 아니라 먹을 음식은 모두 가져가야 하며 현지에서는 아무것도 먹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봐야 자식에게는 현실에 맞지 않는 잔소리에 불과했다.

자식은 그 이후에도 몇 차례 더 일본을 다녀왔다. 극구 말리니 나중에는 몰래 다녀오곤 했다. 방사능 유출에 다른 피해를 염려하는 어미의 심정 따위는 개의치 않아 애만 태우다 말았다.

2011년 3월 11일 금요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동북지방 태평양 해역 해저 깊이 24km에서 9.0 규모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TV를 통해 본 쓰나미가 들이닥치는 모습과 그로 인해 벌어진 재난의 참상이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수소 폭발과 방사능이 유출되는 사고까지 났는데 일본은 그때나 지금이나 감추기에 바쁘다.

방사능 오염토를 쌓아놓고 쌀농사를 지어 생산된 쌀로 만든 식품이 일본 편의점 전역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소식이 날아든 날 아연실색했다. 당장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그것 보라고 닦아세울까 하다가 차마 그러지 못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이쯤이면 그도 지난 일을 후회하며 반성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러길 간절히 바라서였다.

그동안 내 자식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후쿠시마 지역만 피해 가면 된다고 말했다. 가까이 가지 않으면 방사능에 피폭당하지 않을 거라고 태평하게 말했는데 그건 그들의 바람이었을 뿐 후쿠시마 산 쌀은 전국으로 팔려나갔고 눈 가리고 아웅 한 꼴이 되고 말았다.

이웃인 일본은 역사에서 우리나라와 좋았던 적이 결코 없다. 호시탐탐 우리를 노렸고 괴롭혔다. 그것도 모자라 그들의 땅뿐 아니라 바닷물까지 오염시켰다. 천재지변이라 어쩔 수 없다지만 하는 짓마다 이웃에 산다는 것이 끔찍하다.

후쿠시마 원전 참사는 진행 중이다. 사고 당시 그 지역에 살던 어린이 116명이 갑상선 암으로 확진되었다고 하고 국민의 질병도 두 배로 증가했다고 한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일본과 지역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라 최고의 피해 가능지역이다.

내년은 일본 도쿄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올림픽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고 한다거나 방사능 기준치를 제 마음대로 20배나 올려놓고 문제가 없다는 둥 하는 그 행위가 가히 놀랍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건강과 직결되고 그것은 곧 생명이다. 그런데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에게 후쿠시마 쌀로 음식을 제공하겠다니 과거에 자행했던 생체실험이나 다름없다. 저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세계인이 어떻게 되어도 아랑곳없다는 말인데 이 사실을 알고도 올림픽에 참가하거나 일본 여행이나 일본산 식품을 취한다면 지각이 없거나 스스로 생명을 바치는 행위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오랜만에 자식이 집에 다니러 왔다. 부모의 복중 건강을 염려하여 왔다는데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자리에서 차마 지난 일을 거론할 수가 없어 묵묵히 식사만 했다. “일본은 방사능 유출 국가이며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 사실을 절대로 잊으면 안 된다.” 식사가 끝난 후 겨우 이 한마디 밖에 달리 할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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