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수요단상]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감출 것이 없는 사람은 낮이면 마음껏 일하고 밤이면 마음껏 잠을 잔다. 꿈자리가 시끄러울 것도 없고 일이 잘못될까 보아 입술을 태울 일이 없어서 눈을 감으면 단잠이 온다. 그런 사람은 불면증이나 가위 눌림이나 그런 것 따위를 모른다. 부끄러운 일이란 하나도 범하지 않고 제 할 일을 열심히 하고 나면 몸은 저절로 편하고 마음 역시 저절로 편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감출 것이 많은 사람들은 밤만 되면 무서워한다. 숨길 것이 많은 사람은 도둑이 들어와 무엇을 훔쳐 갈까 보아 겁을 내고 혹시나 누군가가 자기의 뒤를 캐고 있지나 않나 싶어 몸 둘 바를 몰라 공연히 서성대면서 오만 근심 걱정을 싸잡아 하느라고 밤잠을 설치게 마련이다.

못된 짓을 하는 놈은 발을 뻗고 잠을 잘 수가 없다. 도둑이 제 발에 질린다고 하듯 못된 짓을 하는 놈은 언제나 속으로는 풀이 죽어 있고 쇠파리가 몰려 붙어 있는 베잠뱅이처럼 마음속이 썩은 땀 냄새로 가득해 몸뚱이가 마치 천근이나 되는 무쇠덩이처럼 굳어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못된 짓을 하는 놈은 항상 수상한 눈초리를 하면서 주변의 사람들을 비루먹은 개처럼 흘겨보고 꼬리를 감추려고 웅크린다.

썩어난 속을 감추려고 겉으로는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처럼 용을 쓰면서 허세를 부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못된 짓을 한 놈의 속은 백지장처럼 창백하게 멍이 들어 어디서나 오금을 펴지 못하고 남의 눈치만 살필 뿐이다. 그리고 개처럼 무엇이나 맡을 것이 없나 하고 마음의 코를 킁킁 거리면서 기웃거리며 성한 사람들의 약점이나 찾아 한 몫을 보려고 꿍꿍이를 부리려고 한다.

감출 것도 많고 숨길 것도 많으며 못된 짓을 하는 놈을 소인이라고 부른다. 머리카락은 짧아도 마음 하나만은 길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몸집은 작아도 천하를 한 가슴에 안을 만하고 그러한 마음씨로 뭇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곧 군자일 것이다. 그래서 군자를 사랑하고 소인을 멀리하라고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왜 고달픈가? 소인이면서 군자의 티를 내는 사람들 탓으로 세상은 밤새 안녕하냐는 인사말로 시작되는 것이다. 군자의 마음은 평평하고 넓고 너그럽다. 그러나 소인은 항상 겁내고 두려워한다. 지금의 우리는 “육신은 있어도 정신을 빼앗긴 위험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오직 나만을 위해, 나만이 존재하는 그런 세상인 것이다. 그야말로 상대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재물과 높은 권력을 가졌고 좋은 학문 좋은 기술을 익혔다 하더라도 우리 모두를 위해서 사회와 국가, 후손들을 위해 참되게 쓰여지지 않으면 이것이야 말로 독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같은 물이라 할지라도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이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참된 정신문명을 찾아야 할 때다. 정신문화의 회복이 없고서는 나 자신은 물론 우리 후손들까지도 고난과 역경 속에 혼탁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