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일본 정부가 한국 등 다른 국가가 아닌 자국민들의 목소리까지 외면한다면 스스로 올무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인식하길 바란다.

일본 정부는 이제 다음 달 2일이면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대상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는 각료회의 결정을 내리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로서는 일본 정부가 각의 결정을 하게 되면 다음 달 하순쯤부터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현실화돼 수출 규제 확대로 위기에 봉착한다.

상당수 품목이 '개별 허가'로 바뀌면서 소재 수입 때마다 심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이런 조처는 우리나라와의 무역 거래에 지장을 끼쳐 양국 관계를 경색시키는 결과를 만든다.

아베 정권이 자신들의 숨겨진 목적 달성을 위해 수출 규제를 이용한다는 의심이 드는 이러한 조처에 대해 해외 주요 언론까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는 자유무역 원칙에 반한다. 양국 경제에 실익도 없다. 바로 이런 점을 일본 내 지식인들도 지적하고 있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다나카 히로시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 우치다 마사토시 변호사 등 일본의 지식인 75명은 인터넷 사이트까지 개설해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 철회 촉구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본의 양심있는 지식인들은 아베 정부에 "한국이 적이냐"고 묻고 있다. 일본 정부의 조처가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적대적인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 지식인들은 아베 정부가 말하고 있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이 과거사 문제가 해결된 것이라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나아가 한국을 침략해 식민지 지배를 한 역사가 있으니 특별하고 신중한 배려가 필요하다고까지 했다.

그러면서 수출규제는 일본이 혜택을 누린 자유무역 원칙에 반하는 것이고, 일본 경제에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로 인해 일본 관광 수입의 상당부분을 차지한 한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하는 추세다. 일본 유명 관광지 항공노선 폐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티웨이항공은 무안~오이타 노선, 부산~오이타 노선, 대구~구마모토 노선, 부산~사가 노선 운항을 중단키로 했다. 진에어는 인천∼후쿠오카 노선 횟수를 줄인다. 이스타항공은 부산~오사카 노선, 부산~삿포로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

에어부산은 대구~나리타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 대구~오사타 노선과 대구~기타규슈 노선도 운항 횟수를 줄이기로 했다. 저비용항공사(LCC)뿐 아니라 대한항공도 부산~삿포로 노선 운항 중단을 밝혔다.

일본 지자체들은 한국인 관광객 수가 줄면서 입게 될 지역경제 타격을 심히 우려하고 있다. 일본 언론도 이 같은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의 지식인들도, 각 지방에서도 아베 정부의 수출 규제로 인한 피해를 걱정하며 조속한 규제 철회를 외치고 있다.

아베 정부는 이러한 자국 내 걱정의 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역사의 흐름과 맞지않는, 구 시대적 아집에 기초한 결정이 결국 자국민들에게 상처만 주는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을 일본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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