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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리스트, 한국 정부의 유능함을 보여라신수용 언론인(대전일보 전 대표이사·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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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04  13: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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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의 쓴소리 칼럼] 신수용 언론인(대전일보 전 대표이사·발행인)

우리는 안보와 경제가 위기에 빠졌다. 대응과 관리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 됐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국가) 한국 제외’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국과 유수언론들의 지적에도 아베 신조(安倍晋三)정부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지난주 한·일 외교부장관이 만났지만, 소득도 없었다. 이어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미국의 중재도 허사였다. 일본이 지난달 1일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 결정을 내리더니 거듭 제2의 경제보복에 나선 것이다. 화이트리스트가 오는 28일 쯤부터 적용되면 우리의 타격은 심각해진다.

한국을 미국, 영국 등 27개국이 포함된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함에 따라 고심해야할 일이 여러 가지다. 우선 일본 정부가 ‘리스트 규제 대상’으로 정한 1100여개 전략물자를 한국에 수출하는 일본 기업들은 경제 산업성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했다. 현재는 ‘일반 포괄 허가’를 받으면 3년간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리스트 규제 대상 외의 품목에는 ‘캐치올(Catch all)’ 제도도 적용받게 된다. 군사전용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품목의 경우 개별적으로 수출 허가 신청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사실상 식품과 목제를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에서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수출규제에 이어 화이트리스트 결정은 우리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침체의 늪에 빠진 상태에서 설상가상이다. 버팀목인 수출도 9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수출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이 곤두박질을 하는 이유다. 내수부진을 물론 부동산. 주식모두 위축되어 총체적 위기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의 피해는 1800여개 업종에 달한다. 그중에도 국내 기업들이 83개 핵심 품목 조달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연간 대일(對日) 수입액이 1000만 달러 이상이고 일본 수입 비중이 50% 이상인 품목들이다.

청와대와 정부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결정 이후 국무회의를 소집, 추가보복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위기에 총력 대응해 넘길 것과 슬기롭게 헤쳐나갈 것을 결의했다. 또한 향후 예상되는 경제적 타격에도 강력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정치권 역시 여야가 초당적으로 일본의 경제보복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입을 모았다. 집권당인 더불어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은 당대표주재로 회의를 열어 한일 무역갈등에 해법을 논의했다.

한일 관계는 최악상황은 안보에도 영향을 미친다. 북한만 하더라도 노골적으로 ‘통미봉남(通美封南)’을 외치고 있다. 그러더니 지난해 4월 한미정상회담과 함께 한반도 평화를 외치더니 뒤로는 딴짓을 했다. 북한은 핵잠수함을 선뵈고, 600㎞의 탄도미사일과 신형방사포를 세 차례에 걸쳐 발사했다.연일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국방당국을 거칠게 비방하고 있다. 이 역시 지난해 4월 남북정상회담 때 합의한 ‘상호신뢰’를 깨고 있는 것이다. 이를 보면서 문재인정부가 저자세로 북한 달래기를 언제까지 계속해야할지 고민스런 대목이다.

뿐만 아니다. 한미일 공조가 튼튼할 때 보지 못한 일들이 한반도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한일공조에 금이 가자 중국과 러시아군용기가 우리 독도상공을 침범하면서 생떼를 쓰고 있다. 중·러 합동군사훈련에서 우리 영공을 휘저어 놓고 적반하장이다. 자신들의 훈련에 한국공군기가 진로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우리 정부에 대해 오히려 거친 비난을 일삼고 있다.

기가 막힌 것은 우리는 최고의 동맹국으로 믿고 있던 미국의 태도다. 한일간 무역전쟁의 전조증이 있었고, 일본이 경제침략을 했지만 미국은 침묵했다. 더구나 아베의 대한(對韓) 경제보복조치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전 설명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일본이 수출 규제한 불화수소 등의 수입선을 찾기 위해 우리기업들이 중국으로 눈을 돌리자, 그제야 미국이 달라졌다.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을 주선하고 나섰다.

한국 때문일까. 미국은 우리가 중국과 좋은 관계로 돌아설 경우 중국과 벌이는 인도·태평양 패권싸움이 걱정돼서다. 마치 구한말 조선반도에 군침을 흘리는 침략구실을 보는 듯하다. 힘이 약하면서 쇄국이냐, 개방이냐를 놓고 당파싸움을 벌일 때와 같다. 조선반도는 그것도 우방국도 하나 없는 그 시대에 열강들의 먹잇감이었다. 그래서 정권을 잡은 쪽이나, 그렇지 않은 쪽이나 모두 정신을 차려야 살아날 수 있다. 국가가 없는 정치도, 경제도 아무 쓸모가 없다. 이 기회에 민심을 부추겨 당리당략에 이용해서는 더더욱 곤란하다.

그런데도 집권층은 위기의 대한민국에 국익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 지 우려스럽다. 문제를 풀어 국가에 도움이 돼야할 상황에서 ‘친일(親日)’,‘반일(反日)’의 싸움에 시간만 벌이고 있다. 청와대에서 물러난 한 수석비서관은 SNS에 올린 글은 개인의견이지만, 대통령의 핵심참모가 특정사안에 강대강을 반대하면 무조건 몰아세운 것은 난센스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집권당인 더불어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엊그제 “한·일 갈등 사태가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내용은 소속의원들에게 메시지로 전달됐다.

선거 조직에서 선거계획을 짜는 것은 문제될 게 아니다. 그러나 일본의 잇단 경제보복은 우리 기업의 사활이 달린 문제요, 국익을 좌지우지 하는 문제다. 이를 보면서 정권을 잡은 이들의 시각과 그 책무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국익이 달린 ‘한일경제전쟁’ 와중에 집권당에서는 총선에서 유불리만 따지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우리 경제 기반이 흔들리든 말든 내년 총선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 아닐까. ‘의병론’, ‘죽창가’, ‘도쿄올림픽 보이콧’,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론’ 등 그간 민주당과 청와대 일각에서 나온 얘기들이다.

대전과 세종, 청주, 천안지역 길거리마다 나붙은 ‘우리가 이긴다’라는 여당 관계자들의 현수막도 그런 맥락일까 하는 의심이 든다. 나라와 국민을 수호할 책임이 있는 현정부는 어떤 위기라도 관리할 능력이 있다고 제시해 집권하지 않았던가. 국가와 국민, 미래를 책임진 국가운영을 하겠다면 지지 세력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보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이해가 간다. 국가적 위기 속에도 정파적 이익에 매몰된 채 포퓰리즘 선동을 부추기는 집권당의 정치는 이제 접어야한다.

때문에 지금이 문재인 정부가 유능한 가, 무능한 가를 보여주는 좋은 기회다. 더나가 지혜로운 한국인가, 똑똑한 한국인인가를 보여줄 계기가 되어야한다. 화이트리스트 시행까지 앞으로 3주나 남은 만큼 문대통령이든, 정부든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한일경제관계를 복원해야한다. 그러면서 재발될 수 있는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대비해, 단기적 대응, 장기적 대응해 철저한 국산화에 주력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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