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재] 충북발전, 미래인재 육성이 답 - 1 충북 인재 육성의 현 주소

道 학력 수준 하향 추세
우수 중학생, 他 시·도行
지역 자사고 수요 꾸준

[충청일보 김홍민기자] 자사고의 재지정 논란으로 국민여론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일 경희고 등 서울 9개 고교와 부산 해운대고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에 동의하면서 이들 학교의 일반고 전환이 일단 확정됐다.

그러나 자진해서 지정취소를 신청한 서울 경문고를 빼고 운영성과평가 결과 지정취소가 결정된 9개교는 법적으로 정당성을 다툴 계획이어서 법정에서 자사고와 교육 당국 간 '2라운드'가 벌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김승환 전북도교육감도 교육부가 전주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는 결정에 동의하지 않은 데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자사고의 지정 취소와 교육부의 동의, 부동의가 엇갈리며 이 과정에서 학부모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찬반 주장이 폭주했다.

흔히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한다. 인재양성은 남의 일이 아닌, 지역의 현실이면서 미래다.

충청일보는 혼돈의 교육계 상황에서 지역 학생들의 진학실태를 점검하고, 올바른 인재육성 방향은 무엇인지 3회에서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
 

충북에서는 최근의 자사고의 존폐 논란을 지켜보면서 여러 의견이 나온다.

자사고·국제고·영재고가 하나도 없는 충북과는 무관하다며 '강 건너 불구경'하는 측도 있고, 지역에 자사고가 한 개쯤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충북은 과거 지역별로 명문고가 있어 인재배출의 산실 역할을 했다.

하지만 평준화 이후 학력의 하향 평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2018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충북 학생들은 국어, 수학, 영어 등 주요과목에서 전국 평균 이하를 기록했다.

1~2등급 기준으로 전국 17개 시·도중 국어는 13위, 수학(가)는 15위, 수학(나)는 11위, 영어는 12위에 그쳤다.

인근 대전은 국어 6위, 수학(가) 8위, 수학(나) 9위, 영어 6위의 성적을 올렸다.

세종은 국어 7위, 수학(가) 14위, 수학(나)3위, 영어 8위로 충북보다 월등히 우수했다.

충남 역시 각각 7위, 9위, 12위, 13위를 기록하며 충북을 앞섰다. 이런 성적은 대학 진학 상황과 직결됐다.

교육의 도시 '청주'가 있는 충북(인구 165만명)에서 같은 해 서울대에 진학한 학생은 52명이었다.

1999년 이후 2017년(50명)을 제외하고 최저 합격자수다.

2000년 100명, 2001년 105명, 2003년과 2004년 각 100명의 합격자를 배출한 것과 대조된다.

2018년 세종(30만여명)에서는 39명, 대전(150만여명) 132명, 충남(210만여명) 109명이 각각 서울대를 진학했다.

과학기술 관련 대학인 카이스트와 포스텍 진학 현황도 비슷한 추세다.

같은 해 충북에서는 카이스트 16명, 포스텍 9명 등 25명이 합격했다. 대전은 각각 24명, 10명(총 34명), 충남 38명, 17명(총 55명), 세종 12명, 4명(총 16명)이 진학에 성공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이 있지만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게 보람이고 행복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같은 충청권역 안에서도 성적 수준과 진학률이 뚜렷이 차이가 나면서 충북도내 일부 우수 중학생은 타 지역 명문고로 진학하는 사례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충북지역 상위 3%성적의 우수 중학생 499명이 인근 충남과 세종, 전북 등의 고교를 선택했다.

해외 유학이 아니라 타 시도로의 유학이 조기에 진행된 것이다.

이로 인해 2018년 기준 충북도내 중학교 졸업자 수 대비 고교 입학자수는 188명이 감소했다.

반면 충남은 682명, 세종 358명, 전북 510명이 각각 늘었다.

이들 지역에 자사고·국제고·영재고가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은 수치다.

충남에는 2개, 세종 1개, 대전 2개, 전북 3개가 있고, 한 개도 없는 지역은 전국 17개 시도 중 충북과 경남, 제주 3곳 뿐이다.

이 중 전국단위 모집 자사고로는 충북 인근에서 충남 천안에 북일고, 전북 전주의 상산고가 있다.

세종의 국제고에는 충북 학생들도 진학해 공부하고 있다.

청주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자녀를 세종국제고로 입학시켜 지난해 서울의 명문대로 진학시킨 김모씨(청주시 복대동)는 "대학진학을 위해 딸의 진로를 세종국제고로 선택했었다"며 "세종국제고는 충북에서도 많이 선택하는 외지 학교 중 하나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충북인구의 세종시·수도권 유출보다 학생 유출이 사회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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