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내일을 열며]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온 국민의 간절한 바람대로 조은누리 양이 열흘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가족들과 물놀이를 하던 청주의 무심천 발원지 인근 냇가에서 1.7km 떨어진 야산 풀숲에서 발견되었다. 홀로 산길을 내려오다 다시 산속으로 들어가 열흘 동안 장맛비와 폭염 속에서 깊은 산을 헤맨 것으로 보고 있다. 애타던 부모는 물론 연인원 5,800여 명을 동원해 수색작업에 나섰던 경찰, 군인, 자원봉사자와 각급 기관, 그리고 충북도민을 비롯한 온 국민이 기적과 같은 구조 소식에 안도하고 있다.

건강 상태도 비교적 양호하다니 참으로 다행이다. 지적장애 2급의 14세의 소녀가 홀로 폭우와 어둠과 죽음의 공포를 어떻게 견뎠을까를 생각하면 애처롭기 그지없다. 지적장애 2급은 지능지수와 사회성숙지수가 낮기는 하지만 사리 분별이 명확하고 일상생활이 충분히 가능하다. 단순한 행동을 훈련시킬 수 있고, 어느 정도의 도움을 받으면 특수기술을 요하지 않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 발달장애의 경우 언어를 이해하고 사용하는데 힘이 들며, 전반적인 이해와 관계 형성에서 어려움을 보인다.

발달장애는 지적장애와 뇌성마비, 유전 장애, 염색체 장애(다운 증후군), 그리고 전반적 발달장애 등이 해당된다. 흥미로운 것은 자폐증이나 지적장애를 지닌 이들이 드물지만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 재능을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이라고도 하는데 ‘학자’, ‘석학’이라는 의미의 서번트(savant)와 하나의 공통된 질환, 장애 등으로 이루어지는 일군의 증상인 증후군(Syndrome)이 합쳐진 단어이다. 암기·계산·음악·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보인다.

‘피아노 병창’ 천재 최준, 천재 피아니스트 이상우, 천재 화가 김태호 등 수없이 많다. IQ 58의 시각장애 뇌성마비 환자인 렘키(Leslie Lemke)는 아무리 길고 복잡한 곡이라도 한 번만 들으면 피아노로 그 곡을 100% 완벽하게 재현하는 음악 천재이며, 자폐증 환자 리안(Ping Lian)은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는 그림 천재이다. 레인맨의 실존 모델 킴 픽(Kim Peek)은 미국의 우편번호부를 통째로 외우는 천재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러한 천재들 뒤에는 위대한 스승이 있다는 것이다. 부모나 선생님이거나 전문가인 그들은 인내와 사랑으로 가르쳤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말아톤’, ‘채비’, ‘맨발의 기봉이’, ‘스플릿’, ‘굿닥터’ 등에 나타난다. 아쉽게도 우리의 특수교육은 사학에 의존하고 있는 바가 크다. 전체 학생 중 특수교육대상자의 비율이 미국 7%, 캐나다 10%, 핀란드 17.1% 등인 것에 비해 우리는 1.4%(2018년 기준)에 그친다.

특수교육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공교육기관의 확대가 절실하다. 특수아동의 생존·발달·교육·근로권 등의 권리를 보장하여 모든 특수아동에게 공교육으로서 완전 무상의무교육이 실시되어 독립된 생활로 삶의 질 향상에 힘써야 할 것이다. 조은누리 양의 귀환을 기뻐하며 차제에 발달장애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바로설 수 있도록 우리의 교육체제가 발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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