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설마 내 아이가 실종될까 - 1 연간 500여 건 접수… 일부 '장기'로

 

[충청일보 진재석기자] 조은누리양이 실종 열흘 만에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조양의 생환은 '기적'이라는 단어로 표현됐다. 그러나 이 같은 기적은 모든 실종 아동 가정에서 동일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자녀를 잃어버리고 고통을 겪는 가정이 생기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자녀의 생사조차 알 수 없어 슬픔을 간직한 가정도 있다. 충청일보는 도내 실종아동의 실태와 실종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 등을 3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설마 내 아이가 실종될까."

지난 달 23일 가족 등과 함께 충북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에 위치한 무심천 발원지를 찾은 조은누리양(14)은 "벌레 때문에 먼저 내려가 있겠다"고 말한 뒤 사라졌다.

조양의 어머니(44)는 지적장애가 있지만 '왔던 길을 되돌아 갈 수 있을 것'과 '일정 장소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조양은 실종됐고 10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아이들이 사라지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찾기 직전까지 가족이 받는 고통은 헤아릴 수 없다. 장기실종 아동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5일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해 도내 실종아동(18세 미만) 발생 수는 496명으로, 2015년(578명) 대비 14.1%가량 줄어들었다.

폐쇄회로(CC)TV 설치 확대와 휴대폰 소지 아동 증가 등 환경적 요인으로 실종 시 즉시 대응이 수월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경찰 분석이다.

또 실종아동 신고 대부분이 가출 혹은 음주 후 미귀가 등 단순 신고에 그치면서 금방 가정으로 복귀한다는 점도 감소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그러나 연도별 실종아동 발생 수와 발견율, 찾지 못한 아이 수를 보면 △2015년 (578명·99.7%·2명) △2016년 (568명·99.5%·3명) △2017년 (555명·99.5%·3명) △2018년 (496명·98.6%·7명) 등이다.

지난 1월부터 6월 말까지는 264명·96.2%·10명으로, 연간 실종 아동 발생 수는 감소 추세를 보이지만 찾지 못한 아동 수는 되레 증가하고 있다.

경찰은 실종 신고 후 아이가 48시간이 지나도 발견이 안 되면 장기실종 아동으로 분류한다.

장기 실종의 경우에는 실종 골든타임을 놓쳐 수색작업이 힘들 뿐더러 짧게는 1년 미만에서 길게는 수십 년 시간이 흐르며 실종 당시의 모습만으론 행방을 찾는데 큰 어려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도내 대표적인 장기 미제 실종사건은  2002년 발생한 '진천 초등학생 강송이양 실종 사건', 2014년 '청주 여고생 이다현양 실종 사건' 등이다.

당시 진천의 한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강송이양(당시 7세)은 학교를 마친 뒤 종적을 감췄다.

수사에 나선 경찰이 발견한 마지막 흔적은 강양이 하굣길에 사 먹은 아이스크림 뚜껑 뿐이었다. 경찰은 2008년 재수사를 벌였지만, 아직까지 강양을 찾지 못했다.

이다현양(당시 18세)도 2014년 1월 29일 집을 나선 뒤 현재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양 실종 15일 만에 공개수사로 전환, 다수의 경찰인력과 프로파일러, 수색견 등을 총동원해 이양의 마지막 행적과 잠시 거주한 고시텔 관리인과의 연관성 등을 발견했다.

그러나 고시텔 관리인 A씨(당시 50세)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미제사건으로 남게 되면서 생사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충북청 관계자는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이들을 찾기 위한 경찰 수사는 현재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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