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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백성혜  |  news@ccdail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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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5.31  12: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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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고, 우리 정부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하기로 선언하면서 한반도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북한은 27일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명의의 성명을 통해 한국의 psi 참여를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로 볼 것이며, 그 어떤 사소한 적대적 행위에도 즉각적이고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전쟁에 대한 인류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으며, 현재에도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전쟁들이 일어나고 있고, 또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 싸우다가 멸망할지도 모른다. 핵무기 개발은 바로 그러한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살아남기 위한 폭력성

하버드 대학의 인류학자인 리처드 랭햄이나 침팬지 연구로 유명한 제인 구달은 인류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유인원의 생태를 연구하면서, 이들도 인류처럼 폭력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타잔이라는 영화에서 묘사한 것처럼 유인원의 일종인 침팬지는 바나나를 먹는 매우 귀엽고 온순한 동물처럼 보이지만, 연구에 따르면 매우 난폭한 동물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동아프리카의 우간다, 콩고 등 밀림 지역에서는 어린이를 잡아먹거나 해치는 침팬지들이 많아 당국이 골치를 앓고 있다고 한다. 또한 침팬지들은 서로 공모하여 옛 동료를 죽이거나 다른 무리에 쳐들어가 약탈하고 암컷을 성폭행하는 등 매우 난폭한 행동을 한다고 한다. 이러한 행동은 인류가 저지르는 악행과 매우 유사한 점이 있다.

유인원이나 인간이 이러한 난폭한 행동을 하는 이유에 대한 과학적 해답은 "자신의 유전자가 자연에서 선택되어 살아남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왜 자손을 남기기 위해 폭력적이 되었을까?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서로 평화롭게 지내면 유전자도 자연에서 더 잘 살아 남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를 설명하는 학설 중 하나는 암컷이 잔인한 수컷을 선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인원의 한 종류인 오랑우탕은 암컷을 지배하기 위해 강간하거나 구타를 하고,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암컷의 자식을 살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잔인한 속성을 가진 수컷들의 유전자가 암컷을 통해 자손을 낳게 될 확률이 높다. 더구나 유인원이나 인간처럼 지능이 뛰어난 경우에 적을 제거하면 자신이 얻을 이득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본능이 더욱 잘 나타나는 것이다.

만약 인류가 가진 폭력성과 잔인성이 유전자를 통해 전달된다면, 앞으로 이러한 본능이 인류의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것을 막는 방향으로 진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 이제는 과학적으로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는 시대까지 왔기 때문이다. 실험실에서 유전자를 조작할 수도 있지만, 우리의 이성으로 난폭한 유전자가 다음 세대에 전달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유대관계 형성 필요

그러한 가능성을 보여준 동물이 유인원의 일종인 보노보이다. 보노보는 침팬지와 닮아서 피그미 침팬지라고도 부르는데, 인간처럼 바로 서서 걷고, 성행위도 인간과 유사하며,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인간과의 대화도 가능하다. '칸지'라고 불리는 보노보는 언어 사용 능력 때문에 국제적인 스타로 잘 알려져 있다. 이처럼 '총명한' 보노보 사회의 특징은 암컷들이 긴밀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면서 수컷들의 경쟁심과 폭력성이 드러나지 않도록 수컷들을 선택하여 자손을 낳는다는 것이다. 적도의 오지에 약 1만 마리 밖에 살고 있지 않아서 20세기에 그 존재가 알려진 보노보 사회의 특징은 암컷들의 친밀한 유대관계이다. 이 점은 수컷들끼리 유대관계를 형성하면서 전쟁이나 살해와 같은 폭력성이 사회적으로 고착화되어 있는 인류나 다른 유인원 사회와 매우 다르다. 이들의 사회적 행동은 그 동안 자연과학의 정설로 받아들여진 '약육강식', '적자생존', '수컷의 지배', '집단 전쟁' 등과 같은 인류와 침팬지 사회의 본능으로 알려진 가설을 재검토하게 만들었다. 보노보 암컷들이 만든 사회적 '친밀성'이 서로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진화하게 된 원동력인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인류가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남성보다 여성들의 '친밀한 유대관계 형성을 위한 집단행동'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새로운 무기의 개발이나 국방비 증가와 같은 방향으로의 해답보다, 이러한 지혜로운 해답을 우리는 자연의 탐구로부터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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