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한·일 경제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세종시의회의 발걸음이 빨라져 주목된다.

 세종시의회 소속 윤형권·노종용 의원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시 및 교육청의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 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 제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조례안은 세종시와 세종시교육청 등 공공기관이 일본 전범 기업 제품을 공공 구매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일본 전범 기업 제품 공공 구매를 지양하는 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시의회를 시작으로 전국 광역의회로 확산되고 있는 조례제정 움직임은 반일을 넘어서 극일을 하자는 취지에서 국민의 공감대를 얻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보여주기식 퍼포먼스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시민사회단체를 비롯 일반 국민들로부터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시작된지 오래다. 이 같은 기류에 앞서 누구보다 먼저 여론 수렴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기관이 의회이기 때문이다.

 실제 세종시의회가 적시한 일본 전범기업 299개는 지난 2012년 국무총리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이 생산하는 제품은 무엇이고 국내 유통현황과 공공기관 납품실태는 자료도 없고 설명도 없다. 조례제정 발의에 앞장선 두 의원은 에둘러 시민과 학생들에게 전범기업의 만행을 바로알게 하고 전범기업의 제품을 널리 알려서 기관과 개인의 구매를 제한하고자 하는 취지라고만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으면 실태를 파악하는 일이 먼저다. 필요하다면 최소한 의회가 감시·감독할 집행부에게 공공기관부터 어떤 물품들이 구매되고 있는 지 현황파악을 주문했어야 했다. 시간이 촉박하다면 실태조사와 조례제정을 병행하는 것이 효율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선례가 있다. 이번 조례제정에 앞장 선 윤형권 의원은 지난 6월 후쿠시마 등 8개 일본 동·북부 지역 농·수·축산물 및 가공식품에 대한 학생 급식재료 공급을 제한하는 조례를 발의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물론, 그 당시 상황과 지금의 사정은 다를 수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경중은 있겠지만 자라나는 학생들의 건강을 최우선가치로 삼았다는 점에서 윤 의원의 행보는 박수를 받았다. 다만 이번에 세종시의회가 추진하는 조례제정은 뭔지 모르게 의욕이 앞선 것 같아 아쉬운 대목이다.

 철거나 유지냐를 놓고 찬·반논란이 끊이지 않는 세종보 문제에 대해 뒤늦게 입장표명을 한 점도 그렇거니와 세종시 상징으로 꼽히는 시청표지석 철거논란은 아직까지도 논란의 중심에서 한발자욱 비껴서 있다.

 정치적인 입장을 떠나 의회는 그 어느 기관보다 먼저 시민의 의견을 담고 해결방안을 찾는데 앞장서야 한다. 필요하다면 끝장토론을 통해서라도 대안모색을 하는 게 맞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민보다 한 걸음 앞서 문제파악에 나서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들에게 위임한 시민에 대한 의무이자 권한이라는 점을 잊지 말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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