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천 입시학원장

 

꼰대는 사전적으로 늙은이 혹은 선생님을 이르는 은어를 의미하며, 그 어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번데기의 영남 사투리를 꼰데기라 하는데, 번데기처럼 주름이 진 늙은이라는 의미에서 꼰데기가 꼰대가 됐다는 것이다. 다른 설은 프랑스어로 백작을 콩테(Comte)라 하는데, 이를 일본식으로 부르면서 꼰대가 됐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때 작위를 받은 친일파들이 자신을 콩테라 불렀는데, 이를 비웃는 사람들이 꼰대라 불렀다. 어떤 주장을 따르더라도 꼰대라는 말에는 기성 세대에 대한 야유가 담겨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존경 받는 원로로 멋지게 늙어가고 싶지만, 대부분은 그저 꼰대가 돼 기피 대상이 되는 것으로 삶의 나머지 기간을 소비하고 만다.

꼰대와 원로를 구분 짓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변화에 대한 적응이 아닐까 싶다.

한때 지상 최강의 포식자로 군림했던 공룡이 멸종한 것은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 하면 도태되는 것은 모든 생명체의 숙명이며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변화에 적응하기는 더욱 더 어려운 시대이다.

농경 시대에는 연장자의 경험과 지혜가 중요했고 이 지식은 본인은 물론 후대에까지 유용한 지식이었으나, 변화가 빠른 산업화 이후의 시대에는 과거의 경험이 쓸데없는 고집과 융통성 부족이 돼버렸다.

또한 정보화 시대에는 오히려 나이 든 이가 젊은이에게 새로운 것을 배워야만 하는 시대가 됐다. 이것이 변화 빠른 시대에 원로가 되기 힘들고 쉽게 꼰대가 돼버리는 이유일 것이다.

반세기 전 사회학자 홉스테드는 특정 문화가 위계질서와 권위를 얼마나 존중하는가를 수치로 나타내는 권력 간격지수(PDI·Power Distance Index)를 발표했다. PDI가 높을 수록 권위주의적 문화임을 의미했고, 우리나라는 PDI가 높은 국가이다.

나이 든 이들과 젊은이들의 갈등과 충돌은 유사 이래 늘 있었지만 권위적인 사회에서 탈권위의 사회로 바뀌는 속도가 매우 빠른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 갈등이 더욱 클 것이다. 그리고 그 갈등이 지혜롭게 조정되지 않는다면 많은 사회적 비용이 낭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빠르게 변하며 지식의 유효기간이 짧아졌다고 해서 연장자의 경험과 신중함이 모두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는 자동차가 엔진이 좋아지고 출력이 높아져 더욱 속도가 빨라지면 그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성능 좋은 브레이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것과 같다.

새로운 문명과 세상은 젊은이가 열어가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세상을 유지하는 데는 노련한 원로의 역할이 필요한 법이다. 참새가 봉황의 뜻을 알겠느냐고 무시하지만 봉황도 참새의 뜻을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서로의 이해와 협력이 꼰대를 원로로 만들어가는 방법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이상한 게 아니라 세상이 변한 것이고, 나이 든 이가 답답해 보이는 것은 신중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세대 간의 견제와 협조는 더 나은 사회로 진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항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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