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일본 아베 정권은 일제의 강제 징용 배상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부정하면서 한국에 대한 경제 전쟁을 선포했다.

과거사에 대한 사죄와 배상은커녕 오히려 경제적 제재를 가하면서 우리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일본의 극우 세력들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배제한 결정이 정치와는 무관한 순수한 경제 정책임을 강조하면서 일체의 외교적 논의를 거부하고 강행할 의지를 분명히 했다.

1919년 기미년 3월 1일 일제에 맞선 거국적 만세 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 후인 2019년 다시 항일 운동의 열기가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일본 물건 안 사기, 일본 여행 안 가기 등 '보이콧 재팬' 운동을 시작한 지 어언 한 달이 지났다.

이것이 그리 오래가지 못 할 것이라는 한 일본인의 망언이 우리를 더욱 단결하게 만들어 이번만은 다르다는 것을 국민들이 몸소 보여주고 있다.

'보이콧 재팬'의 가장 중심에 선 의류업체 유니클로는 불매 운동이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매출이 반 토막이 나 매장을 철수하는 곳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택배업체들은 유니클로 택배 거부를 선언했다.

일본 여행 거부 운동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승객이 줄어든 저가 항공사들은 일본행 편수의 축소나 폐쇄를 고려하고 있으며 일본행 여객선의 승객도 3분의 1 이상 줄었다.

특히 한국 관광객이 대부분인 대마도행 승객은 절반 넘게 줄어 운항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일본 중소도시들은 경제적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고 한다. 먹거리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일고 있다.

어른들은 일본 맥주 안 마시기를, 학생들은 일본 문구류 버리고 안 사기를 실천하고 식당과 식품업체들은 일본산 식재료를 교체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소비자와 업체들의 자발적 일본 불매 운동은 체계적으로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한일 양국 간에 타결이 이뤄지지 않는 한 계속될 전망이다.

이 운동이 계속되면 분명 관련 기업이나 개인은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그러나 100년 전 그날 우리의 선조들이 목숨을 걸고 만세 운동으로 일본에 저항한 것을 상기하면서 대의를 위해 조금의 고통은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역사적으로 뿌리가 깊은 국민 정서를 자극한 일본 거부 운동은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 아래 합법적 범위 안에서 차분하면서 지속적으로 실행돼야 한다. 

일본의 경제 보복이 강해질수록 우리의 저항도 강해질 것이다.

지금 조금 힘들어도 일제강점기의 굴욕적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모두 지혜와 힘을 모아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자. 정부는 이성적으로 대일 정책을 펼쳐야 한다.

무엇보다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기업과 개인의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되 국민을 지나치게 자극하거나 선동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동요하지 말고 자신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면 된다.

이참에 우리 생활에서 왜색이 확 빠지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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