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코아, 홈에버 등 이랜드 그룹 계열 유통매장 12곳이 8일 민주노총 및 이랜드 노조원들이 주도하는 농성 및 점거로 인해 영업이 중단되면서 이랜드 그룹의 노사 갈등이 결국 회사 수익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뉴코아와 홈에버 등 이랜드 계열 노사는 민노총 주도의 매장 점거를 하루 앞둔 7일까지 교섭을 벌였으나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사측은 노조가 매장 농성 및 점거를 푼 뒤 8일부터 한달간의 시한을 두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안 및 고용 계약 등에 대한 논의를 벌이자고 제시했으나, 비정규직 해고 및 외주 즉각 중단을 내세운 노조측은 사측의 교섭자세에 문제가 있다고 맞서면서 결국 양측은 이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민노총 및 이랜드 노조원들은 이날 오전부터 본격적으로 매장 점검 및 농성에 들어가 고객들의 출입을 막으면서 영업이 중단됐다.

이랜드 노사 양측의 갈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은 것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재계약을 하지 못한 인력의 고용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 차이에서 비롯됐다.

이랜드가 까르푸를 인수해 이름을 바꾼 홈에버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급제를 도입하고 근무 기간이 2년 이상인 비정규직 일부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방안을지난달에 내놓자 노사 갈등이 확대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노조는 회사측 방안에 대해 정규직 전환이 아닌 선별 채용이고 2년 미만 비정규직 직원들에 대한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는 이어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홈에버와 뉴코아 등 이랜드 계열 유통 점포에서 비정규직 900여명이 해고됐다고 주장하면서 지난달 30일부터 상암동 홈에버에서 농성을 벌여왔다.

이랜드 사측은 이에 대해 "비정규직원들을 불법 부당하게 해고조치 한 적이 없고 다만 재계약을 안했을 뿐이며 최근 노조원들의 영업 방해 및 파업은 명백한 불법행동"이라고 맞서왔다.

아울러 민노총이 이랜드 한곳을 타깃으로 삼아 전국 차원에서 점거 농성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이랜드의 잦은 노사갈등 사례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2004년 법정관리를 마치고 이랜드그룹에 인수된 뉴코아는 사측이 주5일제 도입시 유급휴가일을 축소하고 토요일 연장근로수당을 조정할 것을 제시한 반면 노조는 임금삭감이나 연월차 축소 등 근로조건의 변동이 없는 주5일제 실시를 요구하며 15일간 파업을 벌인 바 있다.

올해 2월에는 뉴코아아울렛 강남점 매각설과 전점포 현금pda 설치에 따른 잉여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 이랜드-뉴코아 공동노조가 반발, 일부 점포를 중심으로 천막농성을 벌이거나 현금pda를 수거했다.

사측도 이에 맞서 노조를 상대로 영업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갈등이 지속돼왔고, 뉴코아 노조는 사측이 비정규직 계산원 350명을 용역직원으로 전환시키자 지난달초부터 파업을 벌여왔다.

이랜드 노조원들은 일단 이날 오후 10시까지 점거농성을 계속한 뒤 해산할 방침이지만 현재로서는 노사 양측이 기존 입장을 강하게 고수해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은그다지 커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랜드 사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노조가 먼저 매장 점거를 풀어야 한달간의 시한을 두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매장을 볼모로 삼은 불법 점거농성으로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는 자유롭고 공정한 교섭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각 지점별로 필요에 따라 경찰에 시설물보호 요청은 한 상태지만 공권력 행사를 통한 강제해산 등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랜드 노조는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추후 다시 점거농성에 들어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 노조 홍윤경 사무국장은 "이랜드 그룹이 우선 1천여명의 비정규직 집단해고와 외주화 조치를 중단하고 해고자 원직복귀와 차별 없는 정규직화에 대해 노조와 성실히 교섭할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홍 사무국장은 이어 "사측이 앞으로도 불성실한 교섭태도로 일관할 경우 15일 개점하는 홈에버 광주점 오픈을 저지하고 21일에 전국 홈에버ㆍ뉴코아 지점 점거농성을 재시도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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