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병진
사람의 일생의 커다란 변환기는 두 번 존재한다. 그 중 한번은 아이의 상태를 벗어나며 자기 주장성이 생성되는 청소년기이며, 나머지 하나는 젊음이 사라지는 중년기이다. 전반기의 변화는 생성의 변화이며 후반기의 변화는 소멸의 변화이다. 생성의 변화를 맞이하며 젊은이로써 왕성한 활동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깊고 넓은 사고는 오히려 해로울 수가 있다.

실수를 두려워 하지말라

어느 정도 적절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 물론 주의 깊게 생각해 볼 필요는 있지만, 청년기에 정확한 판단을 목표로 하게 되면, 우유부단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대게 청년기의 불면증, 우울증의 원인은 실수를 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해서 많은 생각을 하거나 과감하게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 된다. 따라서 청년기에는 직접 행동으로 나타내보고 그 결과를 받아 보는 자세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기성세대의 신경증적인 과도한 질책을 경험하고는 좀 더 완전한 행동을 하기 위해 생각을 더욱 많이 해서 결정하는 태도가 형성된 청년은 앞으로 나아가길 주저한다. 실수를 경험하길 두려워하며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을 미루고 그 자리에서 정체한다. 따라서 젊은이들은 어떤 질책을 경험하더라도 생각이 너무 많아서 실수를 두려워하면 신경증적 상태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중년기는 이와는 반대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과감한 판단과 결단으로 청년기를 활기차게 밀고 살아온 사람들일 수록 중년을 맞이하며 당황하게 된다. 과감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려면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을 유지해야 한다. 청년기를 단호하고 확신 있는 판단으로 살아왔다는 것은그 만큼 좋고 싫은 것이 분명했기에 가능했다.

젊음, 승리, 강함, 밝음, 이성, 냉철함, 빠름 등은 좋은 것이요. 나이 듦, 패배, 약함, 어둠, 감정, 모호함, 느림 등은 수치스럽고 지양해야 할 것이라는 삶의 태도를 계속 강화해왔기에 가능했다. 이런 일도 양단적인 이분법적인 분명함이 강할수록 중년기의 위기는 심각하다. 분명한 사람일수록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비난하며 무시해왔기에분명한 사람 곁에는 카리스마에 이끌려온 사람들 뿐 이다. 정을 느끼고 친근감과 편안함을 나누는 사람은 곁에 없다.

그리고 피할 수 없는 노화가 다가오고 노년기에 적응할 가치관이 그 사람에게는 없다. 젊은 시절의자랑스러움을 느끼고 뿌듯함을 느끼던 성과물도 멀지만 한 층 가까워진 죽음 앞에서 빛을 잃는다.이런 과정을 통해 분명한 사람일수록 중년기에는 당황하게 된다.

살아온 발자취 더듬기

중년기에는 비합리적인 감정의 영역이라는 새로운 삶의 장이 열려야 한다. 의미를 추구하고 외부에 보일 수 있는 구체화된 물질이 아닌,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자신 속에만 간직하고픈 경험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자신의 살아온 발자취를 되돌아보며, 자신의 성격과 가치관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으나 자신 속에 계속 작동해온 자신 속의 내면으로 파고 들어가야 한다. 그런 자세를 갖추고 견지하면, 자신속의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흥미롭고 가끔은 신비롭기도 한 경험을 갖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은 것이어서 남에게 자랑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눈에 보이지 않기에 자신만이 간직할 수 있게 되어 좋다는 것을 알게 된다. 좋은 감정적 경험을 자신 혼자 간직해내는 사람은 내면이 충만하다. 활력과 의미로 차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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