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의 최종 목적은 자치를 통해 얻은 결과물이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삶의 질 향상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내가 당장 이용할 수 있는 문화·교육·보육 시설 즉 정주 여건이 얼마나 잘 조성돼 있으냐가 일반 주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 향상일 것이다.

갈수록 증가하는 주민들의 정주 여건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전국의 지자체들은 열악한 지방 예산을 분야별로 쪼개고 쪼개 투입하고 있지만 효과성과 파급성 면에서 힘이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각종 경제지표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속칭 잘 나가는 지자체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충북 진천군의 경우도 우량 기업들을 다수 유치하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굵진한 경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정주 인프라는 갈 길이 바쁘다.

진천군은 한정된 예산 상황을 극복하고, 정주 환경 조성에 속도를 내기 위해 송기섭 군수를 필두로 국회와 중앙부처를 잇따라 방문하는 등 정부 공모사업에 총력을 기울여 올 해에만 지난 달까지 363억원의 국비를 확보했다.

군은 연말까지 목표로 하고 있는 국가예산 500억 확보는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군의 노력도 마땅히 박수 받을 일이지만 주목해야 할 부분은 지난 5월 음성·괴산·증평군 등 중부 4군이 선언한 '공유도시 협력사업'이다.

최근 급격하게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공유 경제 분야를 광역차원의 공유도시 개념에 접목한 것이다. 경쟁이 아닌 상생과 협력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도시간 벽을 허물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공동의 번영을 꾀하자는 것이다.

지자체의 한정된 재정 여건으로는 모든 지역 주민이 만족할 만한 수준 높은 정주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불가능에 가깝다.

인접 자치단체가 복지, 문화, 여가 등 분야별 기능을 분담해 정주 시설을 건립하거나 큰 규모의 예산이 요구되는 사업의 경우 공동투자를 통해 마련한 시설을 양쪽 주민 모두에게 이용 기회를 제공한다고 가정해보자.

주민들의 만족도 향상은 물론이며 협력사업을 통해 절약한 예산을 다른 정주시설 마련에 투입해 더 다양하고 수준 높은 정주 환경이 조성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주민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진

천군과 음성군 경계에 조성된 충북혁신도시의 경우 후보지 단일화를 통한 소방복합치유센터 공동유치, 시설 공유형 사업인 충북혁신도시 청소년 두드림 센터 증축 등이 양 지자체 주민들 모두가 이용 가능한 정주시설을 인접단체 간 협력으로 만들어 낸 좋은 사례다.

물론 해결해야 할 부분도 있다. 지역간 배타적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성숙한 공동체 의식이 전제되야 하며, 기피시설이든 선호시설이든 조성되는 정주 인프라에 따른 외부효과를 완화시킬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지원 및 제도적 기반도 마련돼야 한다.

많은 지자체들이 지방소멸 시대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발상의 전환이 없는 독자적인 지방자치는 볼거리 없는 그들만의 리그가 될 공산이 크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또 그것을 실행에 적극적으로 옮기고 있는 진천군의 움직임이 얼마나 많은 지방자치단체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할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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