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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 바다의 추억김영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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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11  18: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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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 바다에 음악처럼 비가 내린다. 잔잔한 바다에 내리는 비는 파도와 어우러져서 바다의 교향곡이 된다. 맞아도 충분히 좋을 만큼 차분히 내리는 비를 맞기도 하면서 한담 해변 산책로를 걷는다.

해무가 내려앉은 산책로 바위에 파도는 조용히 밀려왔다가 밀려가면서 바다와 밀당을 하고 있었다. 고즈넉하고 조붓한 바닷가의 자드락길을 걷노라니 나는 시인이 되고 빗소리와 파도는 근사한 음악이 된다.

지중해의 그 어느 해변이 이보다 아름다울까! 제주도 애월리에서 곽지리까지 1㎞여 구간에 조성한 해안 산책로는 제주도의 명소가 돼서 많은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면서 걷고 있었다. 사람들은 너도 나도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추억을 담고 있었다. 


오늘은 제주도 여행 마지막 날의 일정이었다. 여행의 끝에 비가 차분히 내려주는 것도 운치가 있고 좋았다.


해마다 가장 더울 때가 엄마의 생신이어서 온 가족이 모이면 올케의 수고에 늘 미안했었다. 올해는 엄마의 생신을 가족 여행으로 대신하기로 하고 제주도 여행을 추진했다.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일보다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더구나 사랑하는 가족과의 여행은 생각만 해도 행복했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힐링으로 했다. 아름다운 제주도의 푸른 바다와 청정한 숲은 지친 심신을 힐링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여행은 계획을 한 순간부터 마음으로부터의 여행이 이미 시작되는 거였다. 자연 친화적인 일정을 만들었다. 바다가 잘 내려다보이는 곳에 숙소를 정하고 일정표를 만들어서 가족 단체 모임방에 미리 공지를 했다. 모두들 만족해하면서 즐거운 맘으로 기대에 차 있었다. 주로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를 걸었고 숲을 찾았다.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관광지를 찾지 않으니까 시간도 절약이 되고 비용도 절감이 됐다. 같은 장소라도 여행은 누구와 가느냐에 따라서 감흥이 다르다. 송악산 둘레 길은 가도 가도 아름답다. 절벽 아래로 펼쳐지는 제주의 푸른 바다를 사진으로도 담고 마음에도 담았다. 절물 휴양림의 삼나무 숲길은 고즈넉하게 피톤치드를 품어냈다. 즐거워하는 동생들의 웃음소리가 지저귀는 새소리와 함께 재잘댔다.

식사 시간이 되면 서로 밥값을 내겠다고 우겨댔다. 어떤 이유를 붙여서라도 돌아가면서 서로 맛있는 밥을 샀다. 가족이니까 가능한 풍경이었다. 제주 시내에서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 애월로 돌아가는 길에 제주 바다의 일몰이 창밖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 차를 멈추고 난간에 기대에 서서 함께 일몰을 감상했다. 

엄마는 자식들과 함께한 여행을 여한 없이 즐기고 계셨다. 그저 마냥 좋으신 듯 흐뭇해하셨다. 2년 전 해외여행을 모시고 갔을 때만해도 딸들보다 앞서 다니시던 엄마가 이번에는 자꾸만 뒤로 처지신다.

몸은 느려지는데 엄마의 시간은 빠르게도 가고 있음이 느껴지면서 그 뒷모습이 애잔했다. 남은 시간 더 좋고 많은 것을 보여 드리며 함께하고 싶은 소망을 해보았다.

여행의 둘째 날 저녁에 온 가족이 나란히 누워 전신 마사지를 받았다. 여행의 피로가 오롯이 힐링되는 시간이었다. 엄마는 쑥스러워 하면서도 호사하신다면서 즐거워하셨다. 나의 이번 가족여행 기획은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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