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민간 체육회장 시대 목전… 선결 과제 많다 ① 5개월도 채 안 남아

법 개정되며 겸직 불가능해
선거 악용 우려가 이유 전부
정부, 지방의  "유예" 묵살
선거인단 구성 방법은 물론
집행할 예산 대책도 없어

[충청일보 이정규기자] 내년부터 민간 체육회장이 지역 체육계를 이끌게 된다. 10월 전국체육대회 개최를 고려한다면 이를 준비할 시간이 넉넉하지가 않다.

촉박한 일정과 새로운 제도라는 점에서 지역 체육회에서는 유예 기간을 두길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부터 민간회장 시대 출범을 예정대로 강행하고 있다.

그러면서 선거인단 구성, 체육 시설 운영, 지자체 예산 축소 우려 등 갖가지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게 됐다.

이에 본보는 민간 회장이 원활하게 체육계를 이끌어나가기 위해 선행돼야 할 과제들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지방자치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이 체육단체장을 겸직하지 못하도록 하는 국민체육진흥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지난 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재는 각 시도체육회 규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은 대부분 당연직으로 체육회장직을 겸직하고 있다.

17개 광역 시도체육회장이 지자체장이고 228개 기초시군구체육회 중에는 212곳(93%)이 지자체장이다.

충청지역도 비슷하다. 충북도와 청주시를 예로 들면 이시종 도지사가 충북도체육회장이며 한범덕 청주시장이 청주시체육회장을 겸하고 있다.

다른 기초단체들도 지자체장이 회장이다.

관례적으로 이뤄진 이 부분을 법까지 개정하면서 금지시킨 이유는 선거때문이다.

선출직 단체장들이 다음 선거에서 체육단체를 사조직처럼 여기고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체육계는 몸담는 인원이 적지 않다. 초등학생부터 성인에 이른다. 전문·생활체육 종목별 선수, 코치, 동호인 등 실로 방대한 조직을 갖추고 있다.

배드민턴 동호회만 보더라도 청주시만 수천명이다. 그만큼 엘리트 선수와 동호인들까지 상당수가 체육과 연관을 맺고 있다.

그런 면에서 선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취지가 이해되는 측면이 없지는 않다. 물론 선거법을 위반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라야 하지만 말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체육의 독립과 자율성을 지키고 정치에 동원되면 안된다며 지자체 단체장의 체육회장 겸직 금지 법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단지 선거(정치)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것 외에 다른 금지 이유를 들지 못했다. 이 법으로 인해 파생될 다양한 문제점들을 충분히 고려치는 않은 듯 보인다.

단체장 겸직 금지법 통과로 대한체육회는 실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지방 체육회와 민간 회장 선출 방식과 규정 등 다양한 방안들을 논의했다.

지방 체육회에서는 유예기간을 두자는 등 여러 의견들을 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내년 1월 16일부터 법이 발효되면서 체육회장인 현 지자체장들은 모두 물러나야 한다. 17개 시·도 체육회와 228개 시·군·구 체육회는 회장을 새로 선출해야 한다.

그러나 선거인단 구성 방법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10월 전국 체육대회도 앞두고 있다. 가장 큰 문제인 민간 회장이 선출시 집행해야 할 예산 대책도 없다.

지방체육회가 운영하거나 지원하는 실업팀은 787개, 국내 전체 실업팀(977개) 80.55%다. 민간회장 선출시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을 줄일 경우 문제가 커진다.

선결 과제가 많은 민간 회장 시스템에 대해 정부가 급히 서두르는 데 대해 전국 지역 체육인들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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