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청주, 15일 초대전
'종이를 품은 달-이종국展'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충북 청주의 상설미술전시장 ㈜GCJ갤러리청주가 '종이를 품은 달 - 이종국 초대展'을 오는 15일 개최한다.

충북의 대표 한지 공예가이자 회화 작가인 이 작가는 첩첩산중 오지에서 몇 굽이의 고개를 넘어야 겨우 발 아래 비밀스러운 공간처럼 앉아 있는 청원군 문의면 소전리 벌랏마을에서 주민들과 공동체 삶을 꿈꾸며 전통 한지 제작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한지를 뜨는 마을은 불과 10여 개 정도만 남아있다고 한다.

일이 고된 반면 돈도 되지 않는 데다 값싼 수입 종이가 밀려오고 있기 때문에 닥나무를 재배하고 한지를 만드는 사람은 돈벌이를 생각하지 않는다.

이 작가 또한 "우리 고유의 삶과 멋, 역사의 맥이 단절되면 안 된다는 절박감과 해야 할 의무만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예로부터 우리는 지천년견오백(紙千年絹五百·한지는 천년을 가고 비단은 오백년을 간다)이라는 말처럼 한지에 대한 사랑과 자긍심이 대단했다.

한지는 중국과 일본에서도 귀한 대접을 받았다. 닥나무를 재배하고 총 99번 장인의 손을 거쳐 마지막 100번째 쓰는 이의 손길이 있어야 완성된다고 해서 백지(百紙)라고도 부른다.

벌랏마을의 한지는 한때 400년 전통을 자랑했지만 1975년 대청댐이 들어서고 사람들이 떠나면서 점차 잊혔다.

이 작가는 농촌의 물질적인 결핍이 결코 정신적인 결핍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벌랏마을 주민들과 함께 농촌문화 운동의 일환으로 이 지역 사람들이 생계 수단으로 삼았던 한지 제작을 복원하기 시작했다.

그런 노력 끝에 소전리가 농촌 전통 테마 마을로 지정됐고 마을 입구에는 '벌랏 한지마을'이라는 이정표가 세워졌으며 한지 체험장이 들어서게 됐다.

이 작가는 독일·오스트리아·중국·일본·하와이 등 세계 곳곳에서 한지를 비롯해 닥종이 그릇, 부채, 젓가락, 솟대, 짚풀공예 등 다양한 형태의 한국전통문화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는 최근엔 대청호의 녹조를 채취해 잡티를 제거하고 1년 간 숙성시키면 살아있는 이끼에서 나는 향기롭고 검은 색의 순수 섬유질 성분을 얻어낸다고 한다.

그렇게 새롭고 싱싱하게 태어난 녹조를 닥종이와 함께 섞어 더욱 견고하고 다양한 색깔의 달 항아리를 탄생시킨다.

온 몸으로 쏟아붓는 정성과 살아있는 생명으로 꽉 채워져있는 자연에 대한 강한 믿음과 확신이 그의 순수한 예술작품 속에 철학으로 담겨있다.

갤러리청주의 이번 전시는 종이로 만든 달항아리를 비롯해 한지 회화 작품들, 그 외에 소반·부채·젓가락 등 유용한 생활 소품들을 구입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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