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주 선문대 교수

[안용주 선문대 교수]  2018년 10월 30일, 대한민국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1941년~1943년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일본식민지시대에 강제징용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에 시달렸던 강제징용피해자(일본명:징용공)가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13년만에 승소했다. 그동안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모든 청구권은 소멸됐다고 주장해 온 일본의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강제징용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 등 개인청구권은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소멸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도 포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19년 7월, 일본은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규제를 4일부터 실시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 했다. 아베수상은 이런 조치를 한 이유에 대해 ‘한국이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 우대조치를 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일본의 강제징용노동자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에 따른 보복조치라는 것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일본의 막가파식 무역보복에 대해 일본의 지식인들조차 아베정부가 21일 있을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이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가 되기 위한 개헌가능의석 2/3를 확보하기 위한 ‘한국 때리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등장하는 것이 일본의 식민지배하에서 친일을 통해 부(富)와 권력(權力)을 상속받았던 ‘검은머리 외국인’들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일본의 논리에 동조하거나 양비론을 펼치면서 자국정부를 공격하는 발언을 쏟아내어 내부 갈등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아베정권의 무역보복조치 이유가 ‘강제징용 피해배상’이라면 이것은 경제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대법원의 판결이고, 민주자유국가는 사법권이 독립된 기관이다. 사법권이 판결한 문제를 가지고 경제적 보복을 하는 것은 일본 스스로가 정치, 사법, 행정의 3권분립을 존중하지 않는 파시스트국가라고 하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다.

일본의 대표적 지성지라고 일컫는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은 7월 3일자 사설에서 ‘한국 수출규제 “보복” 즉각 철회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최근 미국과 중국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무역을 사용하려고 하는 어리석은 행위를 일본도 거들겠다는 것인가? 자유무역의 원칙을 근본부터 해치는 조치는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일본은 향후 무역을 둘러싼 국제논의에서 신용을 잃게 되는 것은 물론 일한 쌍방의 경제활동에 악영향을 끼친다. 규제에 대한 그런 모순된 설명을 가지고 무역보복에 나서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는 사설을 실었다.

그런데 정작 한국의 ‘조선일보’는 4일 사설에서 ‘이번 사태는 강제징용자 배상을 둘러싼 외교갈등 때문에 빚어진 정부발 폭탄이다’고 하면서 대법원의 판결이 마치 정부의 잘못인 것처럼 아베정부의 어처구니 없는 경제보복을 두둔하는 논리를 펼치고 있고, 자유한국당에서는 우리 정부가 일본의 경제보복을 자초했다는 등의 상식에 어긋나는 주장을 펼치며 마치 아베의 광기를 정당화하고 있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인은 정직하다. 깨끗하다. 질서있다. 예의바르다’고 말하는 사람은 은연중에 ‘한국인은 부도덕하다, 버릇없다, 무질서하다’를 받아들이고 있는 심리적 식민지배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한국을 물리적 힘으로 지배하면서 한국인의 뇌리에 심어 놓은 심리적 식민주의를 우리는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억지논리를 가지고 경제보복을 하고 있는 마당에도 양비론을 가장해서 자국의 정부를 공격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 모두를 배신하는 행위로 비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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