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법구경 중 '훌륭한 사람은 히말라야처럼 멀리 있어도 빛나고 몹쓸 사람은 밤에 쏜 화살처럼 잘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히말라야를 신성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히말라야'는 고대 인도의 산스크리트어로 눈(雪)을 뜻하는 히마(Hima)와 '보금자리' 또는 '집'을 뜻하는 라야(laya)의 합성어다.

 '눈의 집', 즉 '만년설의 집'이라는 말이다.

 그 정도로 높고 기온이 낮으며 지구상에 있는 8000m 이상의 고봉 14개 모두가 히말라야에 있고 거기서 가장 높은 산이 에베레스트다.

 1953년 힐러리 경이 초등했을 때 사용한 로프가 정상 부근에 지금도 그대로 있다고 한다.

 2015년 개봉해 나름 호평을 받은 영화 '에베레스트'의 원작은 국내에도 번역·소개된 존 크라카우어의 '희박한 공기 속으로'다.

 1996년 5월 10일 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에서 하룻밤 새 12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정상에 올랐던 33명 중 가이드와 고객 일부가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에 미처 하산하지 못 한 채 얼어 죽은 사고를 이 책은 다룬다.

 1920년과 1921년 연거푸 에베레스트 등정에 실패한 산악인 맬로리는 왜 산에 오르냐는 질문에 "그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뒤 1924년 에베레스트 등정 중 실종됐다.

 이 말은 산악인들의 꿈과 열정을 함축하고 있지만 그런 꿈과 열정도 타협 따윈 모르는 자연의 무자비함 앞에서 비극으로 끝을 맞기 일쑤다.

 10년 전 네팔 히말라야산 안나푸르나 히운출리(해발 6441m) 북벽 아래에서 실종됐다가 최근 시신으로 발견된 직지원정대 소속 고(故) 민준영·박종성 대원의 유골이 지난 17일 고향 청주에 도착했다.

 직지원정대는 2006년 충북산악구조대원을 중심으로 해외 원정 등반을 통해 현존 최고(最古)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결성된 등반대다.

 두 대원은 2008년 6월 히말라야 6235m급 무명봉에 올라 히말라야에서는 유일하게 한글 이름의 '직지봉'을 탄생시켰다.

 이들은 2009년 9월 히운출리 북벽에서 '직지 루트' 개척에 나섰다가 같은 달 25일 오전 5시 30분 해발 5400m 지점에서 베이스캠프와의 마지막 교신을 끝으로 실종됐다.

 지난 달 23일 발견된 시신은 네팔 현지의 포카라 간다키주 경찰이 지난 14일 신분 확인 절차를 끝냈다.

 문재인 대통령도 17일 자신의 SNS에 "유가족과 동료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두 대원이 가족의 품에서 따뜻하게 잠들기를 바란다"며 고인들을 추모했다.

 많이들 알고 있지만 직접 겪어보지는 못 했을 것 중 하나가 동사자는 자다가 얼어죽는다는 말이다.

 조용히 잠들 듯 고통 없이 세상을 떠나는 그림이 떠오를 테지만 당사자들이 추위와 절망감 속에서 얼마나 떨어야 했을까는 감히 짐작도 할 수 없다.

 혹자는 무리한 등반 운운하며 이들을 비롯해 히말라야에서 죽어간 이들을 비난하지만 그들의 순수한 열정과 노력까지 폄훼해서는 안 된다.

 죽음의 공간에서 벗어나 따뜻한 고향으로 돌아온 두 대원의 영면을 기원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