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민준영·박종성 대원 유골
지난 17일 네팔서 청주 도착
산악인·동료·가족 시민 등
고인쇄박물관에서 추모식

▲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지난 17일 열린 직지원정대의 고 민준영·박종성 대원 추모식을 찾은 시민들이 이들의 추모 조형물 옆에 설치된 로프에 대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은 천을 매달고 있다.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10년 전 네팔 히말라야산 안나푸르나 히운출리(해발 6441m) 북벽 아래에서 실종됐다가 최근 시신으로 발견된 직지원정대 소속 고(故) 민준영(당시 36세)·박종성(〃 42세) 대원의 유골이 지난 17일 충북 고향 청주에 도착했다.

이날 두 대원의 가족, 직지원정대·충북산악회 관계자, 각계각층 인사 및 시민 등 100여 명이 이들을 위한 추모식에 참석해 애도를 표했다.

네팔 포카라 병원에서 두 대원의 신원을 확인하고 함께 고국으로 돌아온 박연수 전 직지원정대장은 고인쇄박물관에 마련된 추모 조형물 앞에서 "마지막 명령이다. 이제 가족의 품에서 편안히 쉬면서 10년의 긴 등반을 마무리하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그는 "두 대원이 빙하 속에서 10년 동안 함께 있었던 것으로 네팔 현지 경찰이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빙하가 녹으면서 두 대원 시신이 미끄러져 산 아래로 내려왔고, 현지 주민이 이를 발견했는데 조금만 늦었다면 금방 훼손돼 고국으로 영영 돌아오지 못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 박 대원의 형 종훈씨는 "우리 가족은 오늘 정말 반갑고 기쁜 만남을 이뤘다"며 "기약 없는 기다림 끝에 행복하게 만날 수 있게 도와준 모든 분께 감사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고 민 대원의 동생 규형씨는 "참 긴 등반이었고, 10년간 기다리면서 힘들었는데 기적적으로 형이 돌아와서 기쁘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추모 조형물은 높이 1.2m, 길이 1.8m의 자연석을 직지봉과 히운출리 북벽을 본떠 제작됐다. 시민들은 노란색 리본에 두 대원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 조형물 옆에 설치된 로프에 매달았다.

직지원정대는 2006년 충북산악구조대원을 중심으로 해외 원정 등반을 통해 현존 최고(最古)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결성됐다.

고인들은 2009년 9월 원정대의 일원으로 히운출리 북벽의 신루트인 '직지 루트' 개척에 나섰다가 같은 달 25일 오전 5시 30분 해발 5400m 지점에서 베이스캠프와의 마지막 교신뒤 실종됐다.

원정대는 실종 1년여 전인 2008년 6월 히말라야 6235m급 무명봉에 올라 히말라야에서는 유일하게 한글 이름을 가진 '직지봉'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같은 해 7월 27일 이 봉우리의 이름을 직지봉으로 승인했다.

박 전 대장과 유가족들은 지난 12일 출국해 네팔 현지에서 두 대원의 시신 신원 확인을 마쳤다.

이어 15일(현지 시간) 카트만두 소얌부나트 사원 화장터에서 네팔 전통 방식으로 이들 시신을 화장했다.

두 대원은 유골은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고국으로 돌아왔다.

박·민 대원의 유골은 가덕면 성요셉공원과 남이면 선산에 각각 안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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