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섭 청주대 겸임교수·로컬콘텐츠 큐레이터

[변광섭 청주대 겸임교수·로컬콘텐츠 큐레이터] 옛 선비들은 책 속에서 밥을 구하고 지혜를 구했다. 책을 읽는 것을 인생의 보람과 기쁨으로 여겼으며 책을 통해 지식을 쌓고 삶의 방향을 찾았다. 책과 함께 사유와 여백이 있는 삶을 갈구했다. 이 때문에 숲과 물이 좋은 곳에 정자를 짓고 풍경을 노래하며 시를 쓰곤 했다. 고독한 지식인을 자처한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은 지식을 더하는 일이고 사유하는 것은 마음을 덜어내는 일이다. 쌓고 덜어내는 일을 끝없이 반복하며 스스로를 단련하고자 했다.

‘왜 문학인가’를 주제로 한 임승빈 충북예총 회장의 희망얼굴 희망학교는 왜 시를 쓰고 문학을 하는지, 먹고 사는 생존의 최전선에 예술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고민케 하는 시간이었다. 임 회장은 시인이자 교육자다. ‘하늘뜨락’, ‘흐르는 말’ 등의 시집을 펴냈다. 그를 통해 지역의 수많은 시인과 소설가와 수필가가 배출되었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백일장에 나갔다. 입선할 것이라는 기대감 가득했지만 낙선했다. 교육자였던 아버지가 심사위원이었다. 중학교 때 선생님이 문예반 활동을 하라는 권고로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1968년 가을의 일이다. 그날 이후 새새틈틈 글밭을 가꾸고 글밭을 서성였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문학을 꽃을 피우는데 머뭇거리지 않았다. 대중 속으로 뛰어 들어가 대중과 함께 시심에 젖고 시를 노래하며 시의 세계를 만들고자 했다.

스스로 끝없이 질문한다. 시란 무엇인가, 문학이란 무엇인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칠순을 눈앞에 누고 있는 시인은 시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시가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시를 쓰는 것이다. 길이 없으니 길을 찾고, 답이 없으니 답을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성찰과 호기심과 용기를 통해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시인이고 문학인이지만 음악과 미술 등에 대한 시선이 남다르다.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적 지성으로 가득하다.

그는 말한다. 창조자란 이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사람이라고. 고독이 두려운 사람은 예술을 할 자격이 없다. 문학은 내 생각을 전달하는 게 아니다. 내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라면 편지와 뭐가 다른가. 말 하지 않기 위해 쓰는 것이고, 무엇인가를 향한 끝없는 질문을 던지는 행위다. 문학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그 속에 수많은 상상력과 시유의 힘을 있기 때문이다. 창조를 낳기 때문이다. 고독을 견디는 힘이 예술의 힘이다.

고독이 두려운 사람은 창조자가 될 수 없다. 예술가가 될 자격이 없다. 고독을 통해 달을 낳고 별을 낳고 사랑을 낳는다. 새로운 희망을 건져 올린다. 빛과 바람을 꿰매는 일이고 존재의 가치를 살리는 일이다. 그 어떤 것에도 휘둘리지 않는 상상력과 사유의 힘이 필요하다. 어디로 가야할지 망설일 때 문학은 가슴 뜨거운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된다. 집시는 밤하늘의 별자리를 보며 가야 할 길을 찾지만 지식인은 책을 통해, 성찰과 사유를 통해 가야할 길을 찾는다.

청주에 문학관 하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신동문문학관 건립에 앞장서고 있다. 1956년에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풍선기>(風船期)가 당선돼 등단했다. 그의 시에는 사회현실에 대한 저항과 참여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신동문 시인은 많은 작품을 남기지 않았지만 청주에 문학의 씨를 뿌렸다.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웅변하고 관련 단체의 조직과 단결과 후배양성에 힘썼다. 그가 쌓은 노둣돌은 희망이다.

문화는 나무가 자라는 것 같아서 자람에는 끝이 없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정답이 없기에 불안하지만 설렘도 적지 않다. 끝없이 성찰하고 질문하며 문화의 토양을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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