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흔히 오늘날을 자기 P.R. 시대라고 말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 어떤 사람인지를 다른 사람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자신이 살아온 과거를 소개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통해 현재 자신의 능력이 무엇이고 어떠한 장점이 있는지를 청중으로 하여금 쉽게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P.R.이란 public relation의 약자로 그 자체로 ‘홍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자기 P.R.이란 그저 자신의 모습과 특징을 있는 그대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호감을 가질 수 있도록 스스로의 재능과 장점들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것이다.

이런 자기 P.R.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분야가 바로 정치일 것이다. 정치인들은 오직 능력만으로는 살아남지 못한다. 유권자에게 자신을 알려 투표에서 뽑히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어떤 경우에는 일반적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아주 엉뚱한 이슈를 만들어서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알리려 하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띤다.

물론 이런 방식의 자기 P.R.은 어느 분야에나 존재한다. 사람들은 이런 방식의 홍보를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거나 심지어는 불쾌해 할 수도 있는 이슈를 일부러 만들어서 많은 이들의 지탄을 받는 대신에 자신의 이름과 얼굴, 때로는 제품의 특징을 삽시간에 사람들의 인식 속에 퍼뜨리는 전략인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소위 ‘노이즈 마케팅’이라 불리는 방법도 불사하며 자기 P.R.에 열을 올린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상황에 따른 것이라 해도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비난과 멸시를 받는 것이 오히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아무 빛도 못보고 사라지는 것보다는 더 사정이 낫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경을 보면 예수는 이와는 정 반대의 행보를 보여준다. 예수는 당시 유대 종교지도자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주장을 펴며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했다. 이런 예수의 방법은 순식간에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퍼져나갔고 예수가 가는 곳마다 그를 만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럼 예수도 자신의 사역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자기 P.R.의 방법을 사용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예수는 가는 곳마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숨기려 했다. 자신의 능력으로 병을 치료 받은 자들에게는 아무에게도 이 일을 알리지 말라 신신당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예수에 관한 소문은 더욱 더 빠른 속도로 사람들에게 전파되었고 그 결과 유대 대제사장들은 하루 속히 예수를 죽이고자 계획한다.

그럼 왜 사람들은 이 예수에 관한 소문에 관심을 두었을까? 사도 베드로는 자신이 기록한 글에서 예수의 자기 P.R. 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이를 위하여 너희가 부르심을 받았으니 그리스도도 너희를 위하여 고난을 받으사 너희에게 본을 끼쳐 그 자취를 따라오게 하려 하셨느니라”(벧전 2:21)

예수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소개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 나간 것이다. 그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 그 자체에 최선을 다하자 사람들은 하나 둘씩 예수가 걸어간 그 발자취를 따르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남들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잘 보여야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의 앞모습만을 보며 그가 누구인지 판단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은 그 사람의 뒷모습을 통해서 그가 진짜 누구인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자기 P.R.을 위해서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만약 나의 뒷모습이 나의 앞모습만큼이나 준비가 잘 되어 있지 않다면 그것은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사람들이 언젠가 내 뒷모습을 보게 될 때 그들은 내 자신에 관한 모든 주장이 다 거짓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진정한 성공으로 인도하는 것은 내 앞모습이 아니라 뒷모습임을 기억하라. 예수와 같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다보면 언젠가 사람들은 내 뒷모습을 바라보며 내가 걸어간 자취를 따라 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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