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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야치(家鷄野雉)곽봉호 옥천군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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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20  13: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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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봉호 옥천군의원] 사람들은 참 어리석어서 항상 옆에 있으면 그 소중함을 쉽게 잊어버리기 쉽다. 아내도 자식도 벗들도 그리고 피 땀 흘려 일할 수 있는 귀한 직업도 별 볼 일 없는 것처럼 가볍게 치부해 버리는 사람들을 이따금 본다.

가계야치(家鷄野雉)라는 말은 집안의 닭은 천하게 여기고, 들판의 꿩만 귀히 여긴다. 즉 자기 것은 하찮게 여기고, 남의 것만 좋게 여긴다는 뜻이다. 중국 남조 시대에 송나라 사람 하법성(何法盛)이 동진(東晉) 시기의 사적(私的)을 기록한 78권의 기전체 ‘진중흥서’에 나온 일화에서 비롯된다.

서성(書聖)으로 추앙받는 위대한 서예가 왕희지(王羲之)와 한 시대를 살았던 유익(庾翼)이란 장수는 한때 왕희지와 나란히 거론될 정도로 뛰어난 서예가였다. 그러나 정치와 군사(軍事) 활동에 쫓겨 서예를 멀리하다 보니 실력이 퇴보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왕희지는 벼슬에 욕심을 두지 않고 산천을 떠돌며 비석에 새겨진 역대 서법(書法)과 서체를 연구하는 등 늘 서예와 함께 하는 삶을 꾸렸다.이런 왕희지의 글씨는 천하(天下)의 명성을 독차지했고, 부잣집 자제는 물론 일반 백성까지 그의 서법을 배우고 싶어 했다.

급기야 유익의 아들과 조카조차 가문의 서법을 버리고 왕희지를 흉내 냈다. 심기가 불편해진 유익은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 “지금 내 자식과 조카 놈까지 집 안의 닭은 외면하고 들판의 꿩을 좋아한다”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 후 '가계야치'는 서예에서 서로 다른 그 나름의 풍격(風格), 즉 스타일을 비유하는 말이 되었다.

현재 우리가 살면서 내 가족, 내 직장, 내 소속된 단체 등의 소중함을 모른 채 다른 집 가족, 다른 직장, 다른 단체의 중요성만을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내 가까운 이들의 소중함을 잊은 채 허물만 보이게 되고, 그 허물에 대해 남에게 내비치는 현상까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결국 누워서 침 뱉기다. 정말 지혜로운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귀하게 여긴다.

남의 손에 있는 보물은 내 손 안에 있는 고물만도 못하다고 하지 않던가. 진실로 내가 가진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서인가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인 소동파(蘇東坡)는 그의 박박주(薄薄酒)라는 시에서 다음과 같이 읊고 있다.

薄薄酒 勝茶湯 (박박주승다탕) / 麤麤布 勝無裳 (추추포승무상)/醜妻惡妾 勝空房 (추처악첩승공방)/맛없는 술일망정 끓인 차 보다 낫고 /누더기 옷이지만 옷 없음 보다 낫지/ 못난 처(妻) 표독한 첩(妾), 빈방보단 나아라.

이제부터는 내 가족, 내 직장, 내 소속된 단체의 소중함부터 알고, 남을 존중(尊重)하는 마음을 가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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