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무게· 부피 등을 재는 척도

우리 고유의 단위기구 '도량형'

예로부터 한 나라의 통일된 모습을 찾는 잣대 가운데 하나를 길이, 무게, 부피 등의 정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어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였다. 그만큼 길이, 무게, 부피의 단위를 통일시키는 일은 생업활동이나 경제활동에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다.

도량형은 길이, 부피, 무게 또는 이를 재고 다는 기구들을 총칭하여 이르는 말이다. 즉, 길이 또는 길이를 측정하기 위한 자[度], 부피를 측정하는 용기[量], 무게를 다는 저울[衡] 등을 가리킨다.

도량형이 처음으로 시작된 시기는 분명하지 않지만 사람의 신체 일부를 기준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길이 단위인 촌(寸)은 손가락 한마디를, 척(尺)은 한뼘을 보(步)는 한 걸음을 가리키며, 부피 단위인 홉[合]은 한줌을, 되[升]는 한 움큼을 기준으로 한 것 등이 그러한 예이다.

이 가운데 옛날부터 곡식의 양을 측정할 때에는 섬 또는 석, 말, 되, 홉을 사용하였다. 되와 말은 국가 재정원으로 조세를 내거나, 민간에서 거래를 할 때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의 사회경제제도를 확립하는 데 중요했다.

되, 말의 기원은 한줌의 양을 홉으로, 한 움큼의 양을 되로 비준하기도 하지만, 표준 양기는 척도와 같이 황종관에서 비롯된다. 황종관에 검은 기장의 알 1200개를 채우고, 우물물로써 수평 됨을 기준으로 하여 황종관과 일치하면 홉으로 삼고, 10합을 1되, 1말은 10되를 의미하며 말보타 큰 양을 나타내는 단위로는 곡, 석, 점 등이 사용 되었다.

먼저 홉은 한줌의 양으로 되의 10분의 1를 나타내는 단위로, 10작을 말한다. 되는 두 손으로 움켜잡은 양이다.'계림유사'에는 되를 '刀(되)'로 표기하고 있다. 되는 10홉의 양으로, 형태는 장방형이다.

말(斗)은 10되의 양이며 주로 정방형으로 숙종 때에는 말질의 폐단을 막기 위해 사다리꼴 말로 만들기도 하였고, 광무 6년 이후로는 정방형과 원형으로 만들었다.

이렇듯이 우리나라 도량형은 단순한 자연물인 검은 기장을 이용하여 척도의 기준을 잡았다. 이것은 결코 비과학적인 것이 아니다. 또한 조화와 절제의 아름다움이 응축된 음을 기준으로 나라 전체 도량향의 표준으로 삼기도 하였다.

▲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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