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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완벽한 삶이 있을까황종환 칭화대학 SCE 한국캠퍼스 교수·한국자산관리방송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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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22  14:2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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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황종환 칭화대학 SCE 한국캠퍼스 교수·한국자산관리방송 논설실장

여름휴가 일정을 잡아놓고 출발하기 전 한동안 이런저런 걱정을 하였다. 주로 겨울에 찾는 상하(常夏)의 지역을 여행지로 선택하였다는 것과 너무 더워서 딱히 즐길 거리가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지에 도착했을 때 지금까지 걱정했던 막연한 상상이 기우였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호텔 주변에 자연 그대로 병풍처럼 펼쳐진 열대 야자수가 연출하는 초록의 향연이 장관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남쪽 바다와 잘 어우러진 파란 하늘에 떠 있는 솜사탕 같은 뭉게구름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남쪽의 아름다운 풍광 앞에 가슴이 시원하게 확 트이고 한결 넉넉해지는 느낌이다.

사람들은 흔히 일상적인 일조차 대단하게 생각하고 쓸모없는 걱정을 자주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올바른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번쯤은 사춘기 시절 삶과 죽음에 대한 문제로 고민한 적이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런 생각 없이 무심코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갑자기 눈물이 흘러내리기도 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생각하며 밤을 지새운 경험이 있다. 한참 동안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을 바라보며 세상은 살아갈만한 가치와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느끼기도 한다.

일상에서 겪는 사소한 일이나 사건이 삶을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것은 참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삶의 두려움의 실체는 가난이 아니라 주위에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고립감이다. 그래서 단순하고 사소한 일일지라도 자신에게는 전부이기 때문에 삶은 여전히 애틋하다. 자신의 고통을 이해하고 스스로 견딜 수 있다는 것은 모든 일이 잘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필자는 젊은 시절 현장에서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매사에 가능한 한 완벽을 추구하려고 노력하였던 것 같다. 한편으로 도도할 정도로 강한 자신감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세월이 지나 젊음의 호기로움이 대견하다고 애써 위로하지만 돌이켜보면 부끄럽고 아쉬운 마음이다. 완벽한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사람의 겉모습을 보고 삶의 무게를 짐작할 수 있지만,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듯 자신의 눈에 비친 타인의 모습도 전부가 아니다. 각기 다른 아픔과 부족함을 가졌을 뿐 상처받지 않는 삶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사실이 때로는 위로가 되기도 한다.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여유롭게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생각이다.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의 사건이나 일이 현재의 선택을 방해할 때면 더욱 힘들고 지쳐서 잠시 멀리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주어진 삶은 견딜 수 없고 도저히 원하는 삶을 찾을 수 없을 때 결국 절망한다. 방송에서 보여주는 가정은 연출되고 잘 포장된 모습이 대부분이다.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이상적인 모습을 정상적인 가정이라고 착각한다.

결과적으로 대부분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스스로 부족하다는 느낌에 빠져 내면의 가장 밑바닥에 열등감을 숨기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조금의 부족함이 없는 소수의 연출된 삶을 과연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완벽하다는 것은 완전무결한 정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약간의 상처와 결핍,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은 비정상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완벽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얼마 전 사회복지기관 공동시설에서 함께 생활하며 직장으로 출퇴근하고 주말에는 가정으로 돌아가는 지적장애 청년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직장에서 받은 월급을 엄마에게 맡기고 용돈을 받아 즐겁게 생활하는 아이처럼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졌던 삼십대 초반 한 청년이 생각난다.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였으며 특히 동생이 잘생기고 똑똑하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엄마가 보내주었다는 목걸이형 선풍기를 보여주며 자랑하는 천진난만한 표정에서 삶의 존재적 의미가 느껴졌다. 인생의 확실한 선물은 마음껏 방황할 수 있는 자유와 그런 삶을 바라보는 너그러운 시선이다.

너무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지금의 인생이 너무 초라해진다. 완벽한 삶은 원한다고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과 당당하게 맞서는 순간 가까이 다가온다. 인생을 살아갈 때도 있지만 살아질 때도 있다. 어떤 삶이라도 있는 모습 그대로 존중받을 수 있다면 진정 성공적인 인생이라 할 수 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밝은 인사를 외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인생은 길가의 풀 한포기의 살아가는 것과 같다. 행복은 마음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한 순간 결정된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살아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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