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구 괴산군선거관리위원회 지도홍보 주무관

[기고] 이선구 괴산군선거관리위원회 지도홍보 주무관

2019년도 하반기 괴산군선거관리위원회의 첫 홍보 사업은 관내 한 고등학교 학생회장 선거 지원이었다. 처음 투표용품 대여 요청으로 시작했던 것이, 학교선관위와 협의하여 미래 유권자인 학생들의 민주시민의식 함양을 위해 최대한 공직선거에 준하여 선거 절차를 진행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괴산군선관위에서는 투표용품 등 지원 외에도 후보자토론회가 끝난 후 학생들의 투표에 앞서 투표절차 안내와 유·무효표 구분 기준에 관하여 안내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교선관위에서 진행한 후보자 토론회는 제시된 토론회 주제에 대한 후보자의 공약 발표와 발표된 공약에 대한 후보자간 질의·답변 및 선거인의 질의·답변 순서로 진행되었다. 이 날 현장에서 후보자 및 선거인의 질의는 발표한 공약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에 집중되었다. 고등학교 학생회장 선거였지만 후보자도 선거인들도 모두 공약 실천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선거 결과 ‘가문의 명예를 걸고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약속한 후보자가 당선되었다.

약속 이행에 관하여 대학교 법학 전공 수업 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점심 식사 후 5교시 수업이었는데 교수님께서는 출석부에서 한 사람씩 호명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또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법언을 말해 보라고 하셨다. 즉석에서 고대로부터 현대까지의 다양한 법언이 나왔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와 평등의 권리를 가진다’, ‘참새를 잡기 위해서 대포를 쏘아서는 안 된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등등.

그 때 한 학우가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로마법상 법언을 말했다. 이전의 발언들에 대해서 잔잔한 반응만 보이던 교수님께서는 반색을 하시며 해당 법언과 로마사를 연관 지어 말씀하셨다. 고대 로마가 세계 최강의 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신뢰’ 때문이고 그 신뢰를 쌓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계약 및 약속 이행의 엄중함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성기 고대 로마는 시민들이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 그가 한 계약이나 약속을 지키는 신뢰 사회였다는 것이다. 선거에서 정치인의 약속을 공약이라고 한다. 유권자들은 공약을 잘 이행한 정치인에게는 신뢰와 지지를 보내지만 반대로 공약을 이행하지 못한 정치인에게는 지지를 철회하기도 한다. 이렇듯 선거에서 공약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럼, 정치인의 공약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중앙선관위 홈페이지(www.nec.go.kr)에 「정책‧공약알리미-지난선거공약」 코너가 있다. 해당 코너에서 당선인들의 선거공약뿐만 아니라 정당의 정책이나 공약도 확인할 수 있으니, 한번 방문하여 우리 동네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이 어떤 공약을 제시하였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스탠포드대 교수이자 정치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사회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한 가지 요소로 신뢰를 꼽았다. 사회 모든 구성원들 그 중에서도 특히 학생회장, 정치인 등 우리의 대표자들이 자신의 약속을 잘 이행하여 우리 사회가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의 신뢰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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