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수요단상]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강남에 가면 로데오 골목이 있다고 한다. 그 골목에서 야생의 사나운 말을 타는 경기가 벌어져 그러한 이름이 붙은 것은 아니다. 외국에서 만들어진 비싼 물건들만 밀수를 해다가 파는 골목 이름일 뿐이다. 그러한 골목에 왜 로데오란 이름이 붙었을까? 아마도 보통일이 아니라 유별난 짓을 하는 골목이어서 그러한 이름을 붙였는지도 모른다.

단 몇 천원이면 사는 여자의 스타킹을 로데오 골목에 가면 10만원을 주고 사야하고 돈 만원 주고 사는 브래지어를 5~6십만을 주고 사야하고 한 만원하는 팬티를 80만원에 사들이고 옷 한 벌에 몇 백 몇 천만 원을 주고 걸치게 하는 골목이고 보면 야생의 말을 타도 보통의 말이 아니라 금붙이로 만들어진 말을 타는 골목인 셈이다. 그래서 돈 많은 사람들이 단골로 찾아온다는 로데오 골목은 황금을 마치 쓰레기처럼 써대는 무리들인 미친 황금 말을 타는 정신 나간 치들로 성시를 이루는 모양이다.

턱없이 비싼 물건을 척척 사서 걸치고 바르고 입고 다니는 인간은 사치꾼이 아니라 미쳐도 보통 미친 얼간이들이 아니다. 미친 얼간이든 무엇이 부끄럽고 무엇이 엉뚱한 짓인가를 모른다. 돈이 좀 있다고 물을 쓰듯이 마구 써대는 치는 바나나 하나를 보고 밑까지 다 들쳐 보여 주는 원숭이에 불과하다.

몇 십 만원의 팁을 주고 머리를 다듬고 우유에 몸을 감고 몇 백 만 원짜리 향수를 뿌리고 금은보석 다이아몬드로 치장을 하고 로데오 골목을 거니는 미친 것들은 세상을 돈 짝 만하게 보고 만사를 우습게 치부하면서 겁나는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고 으시댄다.

돈이 많다고 돈 아까운 줄 모르고 제 몸 하나를 위한답시고 펑펑 돈을 낭비하는 무리는 돈을 쓰다가 미친병이 들어 환장을 하며 거드름을 피우면 살아 있다고 한들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사치를 하느라 바람난 것은 헛바람이 들어 퉁퉁 부어 살지만 돈이 아까워 주먹에 쥐고 죽어가는 자린고비는 비록 꽉 막혀 꽁생원일지라도 더럽게 헛바람이 들지는 않기에 사치꾼 보다는 낫다.

자린고비는 돈을 아껴 두어 뒷사람이라도 알맞게 쓰게 되지만 사치로 돈을 탕진하는 놈은 결국 패가망신을 하고 쪽박을 차는 경우가 있어서 뒷사람들이 배를 곯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자 삼대 가기가 어렵다는 말도 있듯 돈푼깨나 있다고 내 돈 내가 펑펑 쓰는데 무슨 잔소리들이냐고 끙끙거릴 것이지만 어느 날인가 로데오 골목에 가서 사들인 물건들이 독거미가 되어 살점을 파먹는 꼴이 없으란 법은 없다.

사치란 무엇인가? 헛사는 것을 말한다. 깍쟁이란 무엇인가? 잘살 수 있으면서도 못 사는 것을 말한다. 헛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못 사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강남에 로데오 골목 같은 것들이 있어서 세상은 병들고 썩어 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치스러우면 겸손할 줄을 모른다. 검약하면 꽉 막혀 융통성이 없다. 하지만 거만한 것보다는 차라리 고루한 것이 더 낫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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