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충북교육도서관 주무관

 

[기고] 이지은 충북교육도서관 주무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말이 있다. 젊은 시절의 고생은 장래를 위한 좋은 경험이기 때문에 달게 한다는 뜻이지만 나는 도서관 사서로서 다른 의미의 ‘사서고생’을 하고 있는 중이다. 사서의 길을 들어오기 전 나는 사서는 데스크에 앉아 도서를 대출·반납해주는 일만 하며 남는 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8개월 차 초보사서로서 여러 가지 일을 하며 그 생각은 매우 안일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사서는 도서를 대출·반납을 하는 업무 이외에도 이용자들을 위한 도서를 선별하여 구입·정리를 할 뿐만 아니라 책을 통한 독서교육프로그램과 행복교육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운영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도서관은 더 많은 이용자들을 위해 참신하고 창의적인 행사를 개발하기 위해 밤낮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4차산업혁명이 도래되면서 이용자들의 관심을 유발시키기 위해 단순히 책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빅데이터 속 최신 트렌드에 민감해야한다. 사서의 전문성을 요하는 일들이 더욱 많아지면서 지역도서관의 경우에는 사서 인력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사서들끼리는 ‘사서고생’한다고 농담 삼아 얘기하곤 한다.

충북교육도서관 사서로서 지금 내가 맡은 업무 중 ‘학교도서관 책꾸러미’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책꾸러미는 사고·오감·진로·과학·역사를 주제로 하여 각 여행용 캐리어에 주제별로 50권씩 담아 학교에 대여를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주제별로 책꾸러미에 담기는 총 250권은 몇 차례의 선정협의회를 거쳐 선정된 도서들로 구성되었으며 단순히 학생들이 책을 읽고 끝내지 않도록 하기 위한 독후활동도 포함되어 제공된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계획되기 까지 사서들이 얼마나 이용자를 위해 책에 대해 연구하고 노력하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나는 사서가 ‘사서 고생한다’는 말 자체에 하나의 의미를 더 붙여 사서는 ‘사서고생(思書高生)’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생각 ‘사(思)’, 글 ‘서(書)’, 높을 ‘고(高)’, 살 ‘생(生)’ 이라는 한자를 써서 즉, 사서는 책을 더 깊게 생각할수록 더 크고 높게 성장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풀이 할 수 있다. 여기서 책을 뜻하는 ‘서(書)’는 단순히 인쇄매체로서의 책 또는 책을 통한 프로그램뿐만이 아니라 지식정보화시대에 펼쳐져 있는 모든 방대한 정보도 포함된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려주거나 공부만 하는 곳만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발전하고 있으며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모든 정보의 공급처가 되고 있다. 점점 영역이 확장되고 성장하고 있는 도서관에 발맞추어 사서 또한 자기계발을 해야 함을 느꼈고 그러기 위해선 오로지 책을 통해서 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지식정보사회에 걸 맞는 정보전문가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은 초보사서라 ‘사서는 무엇이다’라고 감히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사서고생(思書高生)’하는 사서가 되고 싶다. 어제보다 더 나은 사서가 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사서고생(思書高生)’하러 도서관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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