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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 무렵김진웅 수필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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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29  15: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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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시인

처서(處暑)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처럼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계절의 엄연한 순행을 드러내는 때이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공기는 언제 무더위가 있었느냐는 듯 시치미 떼고 있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산소를 찾아 벌초를 하고, 조상들은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꺼내 말리는 포쇄(曝曬)를 이 무렵에 했다고 한다. 처서가 지나고 첫 일요일, 벌초(伐草)를 하며, 절기(節氣)에 맞게 변화하는 날씨와 이를 거슬리지 않은 조상들의 지혜에 놀라지만, 점점 대두되고 있는 전통적 장묘 문화(葬墓文化)도 큰 과제가 된다.

한낮의 햇살도 시원한 바람과 손잡고 오니 후덥지근하지 않아 견딜 만하고, 나무와 풀과 하늘은 점점 가을빛을 더해 가고 있다. 벼를 비롯한 오곡백과가 서둘러 여물려고 달음질친다. 처서가 지나면 날씨가 선선해지기 때문에 모기나 파리 등 날것들의 성화가 줄어든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는 속담도 해학적 풍자가 돋보인다. 모기가 드물어진다거나 사라진다고 하지 않고 입이 비뚤어진다고 표현했으니. 밤잠을 설치게 하는 불청객 모기가 줄어든다니 반갑지만 믿기지 않는다. 요즘 모기는 진화되는지 겨울에도 있고, 방충망을 촘촘하게 했어도 어디로 들어오는지 얄미울 정도이다. 사람 따라 들어오는 것 같아 밤에 밖에 나갔다 들어올 때면 현관 앞에 놓인 수건으로 쫓고 들어오곤 한다.

남도지방에서 전해 온다는 처서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고 혼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서에 창을 든 모기와 톱을 든 귀뚜라미가 오다가다 길에서 만났는데, 모기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귀뚜라미가 그 사연을 물은즉 “사람들이 날 잡는다고 제가 제 허벅지 제 볼때기 치는 걸 보고 너무 우스워서 입이 이렇게 찢어졌다네.” 라고 대답하면, 모기는 귀뚜라미에게 “자네는 뭐에 쓰려고 톱을 가져가느냐?”고 물으니, 귀뚜라미는 “긴긴 가을밤 독수공방 임 기다리는 이들의 애간장 끊으려 가져가네.”라고 했다니, 이제 모기가 귀뚜라미에게 자리를 내주길 기대하여 본다.

‘처서에 비가 오면 독의 곡식도 준다.’는 속담도 있듯이 농작물에 날씨가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올해는 다행히도 처서 무렵에 태풍도 우리나라를 비껴가고 날씨도 대체로 좋았으니, 풍년이 들고 가정과 사회와 국가에 경사(慶事)가 많기를 기원하여 본다. 일본의 악랄한 경제보복, 우려되는 한·미 동맹,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5월 이후 9회나 거듭된 북한의 발사체 도발 등 사면초가에 빠진 경제, 외교, 안보위기에 사력을 다해 대처하고 극복해야 할 때, 법무장관 후보자 문제로 온 나라가 박탈감과 허탈감에 빠져 홍역을 치르며 갈등과 소모전을 하느라 국력을 탕진하고 있으니…….

여름 내내 기승을 부리던 폭염도 처서를 지나고 물러가고 결실의 계절도 다가오는 것처럼, 매사 법치주의에 순행하며 기본이 바로 서고 상식과 원칙이 바탕이 되어 희망차고 행복한 부강한 나라를 만들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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