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산책] 김법혜 스님·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어린이집 통학차량의 잦은 인명사고가 발생하자 정부가 전국의 어린이 통학버스에 대해 실태조사에 나섰다. 이제라도 정신을 차린 듯 보여 반갑다. 어린이 통학버스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데 따른 조치여서 기대가 크다.

하지만 법개정안이 안된 상태에서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교육부와 경찰청,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등 해당 부서가 합동으로 내달까지 전국의 어린이 통학버스에 대한 실태조사 및 특별 안전계도를 실시한다고 하니 두고 볼 일이다.

최근의 경우만 해도 강원 홍천의 한 어린이집 주차장에서 등원하던 다섯 살 여자 어린이가 후진하던 어린이집 승합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통학버스 운전사는 버스를 후진 중이었는데, 부모 차량에서 내려 어린이집으로 들어가던 어린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사고를 냈다.

또 지난 5월 어린이 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친 인천 송도 축구클럽 통학버스 사고도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그 사고로 어린이 통학버스에 대해 실태 점검을 실시한 결과 전년 동기간 대비 7배나 증가된 것으로 밝혀졌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학원 통학 차량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통학차량 내 어린이 사망사고의 경우 기본 안전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관련법과 운영 지침만 준수했어도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현재 전국에 유치원, 초·중·고 통학버스 외에 사설 학원 등에 신고하지 않고 어린이 통학버스로 운영하고 있는 차량의 수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정부는 2013년 ‘어린이통학버스 정보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자발적으로 신고에 의존했기 때문에 현황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일단 자발적 신고를 유도하기로 하였고 8월 중 미신고 차량이 자진 신고해 올 경우 과태료(30만원)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 조치가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한 달간 준 계도 기간에 전국 어린이 통학버스 신고가 얼마나 자진신고 해 올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조속히 관련 법 개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2013년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기준을 강화하여 안전벨트 착용과 인솔 교사 동승, 하차 후 차량 점검 등을 의무화 한바 있다.

특히 인천 송도 축구클럽 차량 등 사설 교육기관 차량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법 강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정부 관계자는 “어린이를 운송하면서도 통학버스 신고의무 대상이 되지 않고 있어 모든 어린이 통학버스가 신고 대상이 되도록 법과 제도를 하루 속히 개선돼야 한다.

물론 사고 예방을 위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관련자들의 안전의식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법규만 충실히 이행하면 충분히 사고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통학차량의 안전 의무를 대폭 강화한 ‘세림이법’이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어린 생명이 희생되고 있다.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를 만들어도 그것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근본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통학 어린이의 안전을 도모하려는 법 개정 취지를 감안할 때, 안전대책을 강화해도 시행과정에서 안이하고 경직된 자세를 버리지 않으면 구멍이 숭숭 뚫릴 수밖에 없다. 교통당국과 교육기관 종사자 모두가 부모의 심정으로 어린이들의 안전을 챙겨야만 어린이 목숨을 잃는 비극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 것이다.

반복되는 사고는 정신적 해이에 따른 기본을 지키지 않은 어른들의 안전불감증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안전의식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다시는 이런 안전 불감증에 의한 비극이 우리 사회에 되풀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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